[이선의 인물과 식물] 조지 스탠리와 설탕단풍

기자 2023. 11. 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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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단풍철로 들어섰다. 티브이 뉴스는 곳곳의 단풍 명소와 단풍 구경을 위해 줄지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단풍도 볼만하지만, 캐나다의 단풍 풍광도 빼놓을 수 없다. 오죽하면 단풍나무 잎사귀가 국기의 문양으로 자리매김했을까. 캐나다 국기를 보면서 늘 그 유래가 궁금했다.

현재의 캐나다 국기가 탄생한 것은 1965년이다. 생각보다 역사가 짧다. 그 배경에는 여러 인물이 참여했지만, 조지 스탠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단풍잎을 모티브로 한 캐나다 국기를 디자인한 인물이다. 캐나다 캘거리 출신인 스탠리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인이었으며, 전후에는 캐나다 왕립군사학교 교수를 지냈던 역사학자이자 작가로 활동했다.

지금의 국기가 등장하기 전에는 유럽의 여러 국기가 사용되다가 연방정부가 성립되던 1867년경에는 영국의 유니언잭을 사용했다. 또한 유니언잭에 단풍나뭇잎, 비버, 왕관 등의 문양이 포함된 다양한 형태의 국기도 있었다. 프랑스 출신 캐나다인들은 영국의 유니언잭 문양의 국기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결국 스탠리가 생각해 냈던 국기 디자인의 원칙은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국가적·인종적 상징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단 한 장의 붉게 물든 설탕단풍나뭇잎으로 국기 디자인을 완성했다.

캐나다에서 단풍잎은 오래전부터 자연적·문화적·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동전이나 배지, 노래나 책 등에 자주 등장하여 대중들에게 친숙한 상징이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캐나다군의 모자 배지로 사용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바친 캐나다 군인의 비석에도 단풍나뭇잎을 새겨 넣었다. 캐나다인들에게 단풍잎은 자부심과 용기, 그리고 충성의 상징이었다.

캐나다 국기의 단풍나뭇잎만큼이나 유명한 것은 메이플 시럽이다. 캐나다의 문화적 상징인 메이플 시럽은 국목(國木)이자 국기 문양인 설탕단풍나무(Acer sacharum)의 수액으로 만든 것이다. 종소명 사카룸은 라틴어로 사탕, 설탕, 당분을 의미한다. 설탕단풍나무는 잎 모양과 수액 이용 등이 고로쇠나무와 흡사하다. 캐나다의 초기 정착민들은 원주민에게 단풍나무 시럽 채취 방법을 배웠다. 메이플 시럽을 맛본 사람은, ‘아, 이게 천연의 향기로운 단맛이구나!’라고 감탄한다.

쌀쌀한 날씨에는 단풍 구경도 좋지만, 방금 구운 팬케이크나 와플에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뿌려 먹는 맛도 일품이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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