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엄마도 외면하고 마약 하러 가”…한순간에 인생 ‘나락’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11. 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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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경험자에게 들어보니
끊은지 3년, 아직도 투약 충동
천식·당뇨처럼 평생 안고가야
대부분 권유·호기심으로 시작
모르는새 중독돼 끊을땐 ‘지옥’
금단증상 온몸 통증 상상초월
치료센터 등 관리시설 확충을
[사진 =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퇴치 공익광고 캡처]
과거 마약은 폭력 조직이나 연예인 등 사회 일부 계층에서만 공유되는 ‘은밀한 유혹’이었다. 연예인이 대마초를 피웠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대마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력한 신종 마약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학생, 주부, 공무원 등 직업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고 있다.

마약에 접근하는 문턱은 낮아졌지만 그 후유증은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 마약 시작은 호기심이지만 끊는 과정은 ‘지옥’이라고 경험자들은 절규한다. 매일경제신문은 민간 마약중독치료센터인 다르크 경기지부에서 마약과 인생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 그 호소를 직접 들었다.

20대 남모씨는 지난해까지 마약을 복용했다. 직장 동료의 권유로 마약을 접했다는 남 씨는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 동료가 약물을 권했다”며 “처음엔 필로폰이 마약인 줄도 모르고 치료제인 줄 알고 투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동료가 구해준 약이 떨어진 이후에는 텔레그램을 통해 직접 마약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민 모씨(20)는 “여자친구가 수능 직전에 마약 투약을 했다고 고백했고 이후 호기심도 생겨 투약을 하게 됐다”며 “마약을 하다 보면 머릿속에 너무나도 강력하게 각인돼 마약을 끊기 위해서는 천식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처럼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약을 끊었던 기간이 최대 한달인데 그 때 약을 끊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라며 “후유증이라든지 일상생활 중 불쑥불쑥 생각나는 것을 스스로 제어하기가 너무 힘들어 시설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치료 센터 문을 두드린 이들은 먼저 마약 세계에 발을 들인 지인의 권유로 마약을 처음 접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4년동안 필로폰을 비롯해 대마, 허브 등 다양한 마약을 투약했다는 김 모씨(29)는 “만나던 남자가 약을 해보겠냐고 권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마약을 끊은지 3년이 됐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약 생각이 나서 센터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단순히 의지만으로는 마약을 끊기 어렵다. 금단 증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을 동반한다”고 전했다. 의존도와 중독성이 심한 투약자들이 치료센터없이 재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입소자들은 공통적으로 마약 중독 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현실이 싱겁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일에서 멀어지고 직장 결근이 잦아진다. 종국에는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약을 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로 부모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을 꼽았다. 그는 “엄마가 자궁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도 약을 하러 갔다. 그게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남 씨 또한 마약에 빠지고 난 후 얼마 못가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감정, 심지어 표정 조절조차 쉽지 않았다고 한다. 동료들의 사소한 농담에도 신경이 곤두섰고 급기야 주변 사람들이 모두 눈치를 챘다. 직장에서 나온 남씨는 은행 대출로 투약 비용을 댔고 결국 1억여원의 빚을 졌다.

자발적으로 들어온 재활시설이지만 이곳에서도 입소자들은 끊임없는 유혹과 싸워야 한다. 입소 8개월차에 접어드는 남 씨는 “제 발로 들어왔지만 마약을 끊을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이곳을 빠져나가서 약을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지금도 약에 대한 욕망이 불쑥불쑥 엄습할 때가 있다. 초기와 달라진 것은 훈련을 통해 그 욕망을 관리하고 조절할 능력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 욕망에 다시 무릎을 꿇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옥죄어 온다고 했다. 약에 처음 손을 댄 그날을 영원히 저주하며 살 것같다고 남씨는 말했다.

이들은 그래도 성공적인 치유의 길을 걷고 있는 모범적인 케이스다. 마약을 중단하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안도했다. 마약 투약 중 부모와의 관계를 단절했던 김 씨는 “마약에 손을 떼면서 부모님과 다시 연락하게 됐고 3년 간 마약을 끊을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의 지지 덕분이었다”라고 말했다. 남 씨 역시 “마약을 중단한 후 부모님과 사이가 좋아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이 생겨났다”라며 “마약이 주는 쾌락만을 생각했던 것에서부터 벗어나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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