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돗물 인식’ 개선 위해 일괄세척 필요
우리나라 수돗물의 품질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기에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우리 국민의 수돗물 직접음용률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 74%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51%에 한참 밑도는 5% 수준에 머문다. 반면 수도꼭지 필터 사용 가구는 늘고 있다.
2019년 발생한 인천에서의 붉은 물 사태는 역설적으로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그와 유사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환경부는 2021년 2월 ‘10년 주기 상수도관 세척 의무화 고시’를 제정하여 연차별로 관 세척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수도법 제2조 6항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돗물에 대한 인식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문제는 ‘어떻게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해법은 지자체 전체의 수계별 배수지관에 대해 블록 또는 급수구역 단위로 연이어 일괄세척을 실시하는 것이다. 세척 의무화 고시에 따른 10년에 걸친 연차별 세척으로는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근원적으로 해소시키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괄세척을 가정하면 적용 공법과 동원되는 자원의 양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개 블록당 3일간의 작업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인구 9만4000명에 40개 블록이 구축돼 있는 경북 상주는 약 4개월, 인구 34만명에 69개 블록이 구축돼 있는 충남 아산은 약 7개월 만에 도시 전체의 상수도관을 세척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수돗물 음용률이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괄세척에 따른 예산 마련은 곧 지자체장의 의지와 연동된다고 할 것인데, 자체적 예산 편성에 어려움이 있다면 ‘지역개발기금’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먹는물대책소비자연대가 지난달 6개 광역시와 8개 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상수도관 세척공사’도 ‘주민복지 향상과 지역개발을 위한 사업’으로 지역개발기금 융자 대상 사업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수가 답변해주었다.
주민들이 수돗물보다 500배 이상 비싼 생수나 정수기 물에 많은 가계비를 지출하고 있는 현실을 계속 방치하는 것도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상수도관 세척은 이물질 제거가 주된 목적이기도 하지만, 장기간 이물질 제거를 해주지 않으면 민원은 반복되고 궁극적으로 10배 이상의 큰 비용과 여러 불편이 초래되는 관 교체작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에서도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른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서도 서둘러 ‘범국민적 수돗물 음용 캠페인’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민세 먹는물대책소비자연대 대표·전 영남이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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