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노바티스와 1조7000억 신약 물질 기술 이전 ‘잭팟’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계약
샤르코 마리투스병 치료 연구
신약 후보물질 ‘CKD-510’ 수출
노바티스, 신약으로 개발 기대
심혈관질환 등 치료 확장 가능
종근당, 매출 12% 이상 R&D 투자
“핵심 신약 후보물질 성과 낼 것”

종근당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13억500만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신약 물질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글로벌 혁신 신약 탄생을 둘러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종근당은 6일 노바티스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8000만달러를 수령한 뒤 향후 개발과 허가 단계에 따라 12억2500만달러의 잔금과 매출에 따른 판매 로열티를 받게 된다.

종근당 충정로 본사. 종근당 제공

이번 계약으로 노바티스는 종근당이 개발 중인 CKD-510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독점적 권리를 얻게 됐다. CKD-510은 종근당이 희귀난치성 유전병 샤르코 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신약 후보물질이다. 샤르코 마리투스병은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유전자에 이상에 생겨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현재까지 허가된 치료약물이 없다.

CKD-510은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종근당은 이 물질의 전임상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HDAC6 관련 질환에 대한 효과를 확인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1상 시험에서도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임상 1상 시험에서 샤르코 마리투스병 치료제를 타깃으로 했으나 심혈관질환 치료제 등 여러 가지 치료제로 개발이 열려 있다”며 “노바티스가 기술을 이전해 개발하는 방향에 따라 최종 치료제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종근당은 이번 기술 이전 계약으로 글로벌 혁신 신약 탄생이 가까워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엽 종근당 제품개발본부장은 “노바티스가 오랜 신약개발 노하우와 상업화 역량을 바탕으로 CKD-510을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계약을 동력으로 삼아 핵심 신약 후보물질들의 임상에 박차를 가해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자체기술로 개발한 HDAC6 플랫폼을 활용해 향후 다양한 질환 치료제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이중항체 항암 바이오 신약 ‘CKD-702’,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등의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인 유전자치료제와 ADC(항체 약물 접합체) 항암제로 신약개발 범위를 확대하며 세상에 없던 신약과 미충족 수요 의약품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힘써온 연구개발(R&D)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난해 종근당은 연구개발비로 별도 기준 1809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12.29% 규모다. 앞서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과 당뇨병 치료 신약 듀비에를 각각 일본(2019년)과 미국(9월)에 기술 수출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 기술 이전은 창사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이번 계약은 역대 최대 규모로 종근당이 매년 매출액 대비 12% 이상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투자해 개발한 혁신 신약 후보물질 중 하나를 기술 수출한 것”이라며 “보람을 느끼고 연구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종근당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만6500원(26.11%) 급등한 12만8000원에 마감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