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현실이 된 황금 티켓
"황금 티켓이야! 웡카의 마지막 티켓을 찾았어!" -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2005)
1960년대 영국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초콜릿 회사 사장 웡카는 황금 티켓 다섯 장을 무작위로 초콜릿에 끼워 파는 이벤트를 엽니다.
초콜릿을 사 먹다 운 좋게 이 티켓을 뽑는 어린이에겐 신기한 공장을 견학할 기회를 주는데, '행운을 잡아보라'는 취지가 변질돼, 초콜릿 사재기를 하는 부잣집 아이들이 대부분 티켓을 차지하게 되죠.
그런데 이 황금 티켓이 지난해 OECD의 '한국 경제 보고서'에 등장했습니다.
명문대에 진학해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걸 성공으로 보는 한국적 현상을 '황금 티켓 증후군'이라고 표현했거든요.
실제로 공공기관 마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방대 출신은 안 뽑거든요.
지난해 신입사원을 선발한 공공기관 266개 중 절반 이상인 139곳이 지방대 졸업생 채용 권고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이 중 71개 기관은 지방대 출신을 한 명도 뽑지 않았습니다.
지방대 육성법은 공공기관과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신규 채용인원의 35% 이상을 지방대 졸업자로 뽑도록 권고하는데, 이걸 싹 무시한 겁니다.
심지어 일부 기관은 "지역 인재 권고 비율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이유는 뻔하지요. 아무도 뭐라고 안 하거든요.
공공기관의 지방대 채용 실태를 심의하고 조정해야 하는 교육부 장관 소속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위원회는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이걸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지방기업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했더니 노벨상을 받았다."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 교수의 수상 소감입니다. 앞에서는 지역 인재를 키우겠다는 희망가를, 뒤에서는 황금 티켓에 줄 서라고 등 떠밀고 있는 사회에선 불가능한 일이지요.
차라리 지방대 육성법을 권고로 하지 말고 의무로 하던가요. 지방대 육성, 지역인재 정책을 책임지는 교육부조차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을 방관하고 있는데, 누가 나서겠습니까.
부모도 나서지 않는데, 누가 그 아이를 챙기겠냐고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현실이 된 황금 티켓'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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