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폐가…부산 ‘빈집세’ 요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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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6시께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인근 골목은 마치 영화 촬영지가 된 것처럼 암흑천지였다.
특히 부산의 원도심 풍경이 '한 집 건너 한 집은 빈집'으로 전락하면서 도심 쇠락과 소멸을 부채질한다는 점에서 '빈집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동구도 지난 9월 기준 빈집이 1232채(부산시 조사 408채)로 파악됐다.
부산의 고령화와 인구 유출 속도를 감안할 때 빈집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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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부담-세제혜택 병행으로
- 소유주 자발적 철거 유도를”
지난 5일 오후 6시께 부산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 인근 골목은 마치 영화 촬영지가 된 것처럼 암흑천지였다. 불이 켜진 집을 찾는 것이 힘들 정도로 골목은 빈집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남구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동네 중 하나다.
전국 특별·광역시 중 빈집이 가장 많은 부산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고강도 빈집 정비 대책을 촉구하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부산의 원도심 풍경이 ‘한 집 건너 한 집은 빈집’으로 전락하면서 도심 쇠락과 소멸을 부채질한다는 점에서 ‘빈집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제신문이 6일 부산시가 5년 단위로 조사하는 ‘빈집실태조사’(2020년)를 분석한 결과 부산의 전체 빈집은 총 5069채다. 남구가 690채로 가장 많고 ▷부산진구(687채) ▷사하구(531채) ▷해운대구(487채) 순이다. 하지만 빈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무허가 건축물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원도심권 지자체가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해 빈집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서구는 지난해 기준 1218채(부산시 조사 375채), 영도구는 지난 1월 기준 1150채(부산시 조사 350채)에 달했다. 동구도 지난 9월 기준 빈집이 1232채(부산시 조사 408채)로 파악됐다. 빈집의 60% 이상이 무허가 건축물인 것이다.
부산의 고령화와 인구 유출 속도를 감안할 때 빈집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빈집 정비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철거 때 지원금을 주니 선뜻 신청했다가 자부담금이 발생한다는 걸 알고선 취소하는 경우도 많아 소유주의 자발적인 철거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시는 빈 집 1채당 1400만 원의 철거 지원금을 지급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원도심 지자체들은 특단의 빈집 대책을 촉구한다. 원도심 산복도로협의체 위원장인 김진홍 동구청장은 “빈집 정비를 하지 않는 한 주거환경 개선은 공염불이다. 철거 지원금만으로는 소유주의 자발적 철거를 끌어내는 데 역부족인 상황에서 빈집세와 같은 세제 개편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교토시가 2026년 시행하는 ‘빈집세’처럼 효과적인 세금 유인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 교토시는 과세 구간을 ▷700만엔 이하 ▷700만~900만 엔▷900만 엔 이상으로 나눠 차등 부과하고 100만 엔 이하 빈집은 5년 동안 과세를 면제한다. 교토시는 기대 세수로 9억5000만 엔(93억 원) 추산해 이를 빈집 정비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빈집세가 도입되면 과세 부담을 느낀 소유자들이 빈집을 처분하거나 지자체에 보상을 청구하면서 빈집 정비의 양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부 취약계층에게 과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한국지방세연구원 허원제 연구위원은 “빈집 소유주의 자발적 철거를 유도하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일정 기간 내 철거하면 지방세 감면 혜택을 주고 이후 과세하는 당근과 채찍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다만 불법 건축물인 무허가 빈집은 형평성 측면에서 세제 감면 혜택 없이 과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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