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치유 속도 2배 빠른 ‘슈퍼 멜라닌’ 크림이란?

한건필 2023. 11. 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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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차단 효과도 뛰어나
'슈퍼 멜라닌' 크림을 피부에 바르면 부상 후 피부 치유 속도가 거의 2배 빨라진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피부와 모발의 색을 내는 색소인 멜라닌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피부 상처를 회복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멜라닌을 인공으로 합성해 그 기능을 강화한 '슈퍼 멜라닌' 크림을 피부에 바르면 부상 후 피부 치유 속도가 거의 2배 빨라진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이처》자매지인《재생 의학(Regenerative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멜라닌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다섯 가지 화합물군을 통칭한다. 이 중 가장 흔한 유멜라닌(eumelanin)은 자외선을 흡수하고 햇볕에 타거나 다른 유형의 피부 손상으로 인해 생성되는 '활성 산소종(ROS)'으로 알려진 화합물을 억제한다.

그러나 멜라닌의 종류와 양이 사람마다 다르고 피부 톤도 제각각인 자연적인 멜라닌 수치는 햇빛이나 기타 화학적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손상을 예방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손상은 차례로 염증, 부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부에서 발견되는 뼈대를 분해하는 일련의 면역 단백질 방출을 유발한다. 치유가 진행되는 동안 항염증 면역세포는 결국 해당 부위로 이동해 면역 반응을 진정시킨다.

노스웨스턴대의 커트 루 교수(피부과)와 네이선 지아네스키 교수(나노재료화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상처 치유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멜라닌을 강화한 버전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멜라닌의 출발점이기도 한 아미노산 유도체인 도파민으로 시작한 다음. 피부 상처에서 더 많은 활성산소종을 흡수할 수 있는 버전을 생성하기 위해 해당 화합물의 수백만 복사본을 함께 연결하기 위해 두 가지 다른 전략을 따랐다.

한 가지 방법은 촘촘한 나노 입자를 형성하는 것이었고, 다른 방법은 더 작지만 다공성 입자를 만들어 피부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표면적을 넓히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두 가지 물질을 소량씩 섞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스킨 크림을 따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마취시킨 후 겨자가스와 화학적으로 유사한 화학 요법 약물인 질소 머스타드(NM)에 노출시킨 생쥐에게 이 크림을 발랐다. 이 약물을 피부에 바르면 피부에 염증, 발적, 부기, 물집이 생기고 딱지가 생기며 일반적으로 치유되는 데 16일 이상 걸린다.

연구진이 합성한 두 가지 유형의 멜라닌 크림을 NM을 처리한 생쥐의 피부에 바르자 10~12일 만에 상처가 치유됐다. 또한 치료받은 생쥐의 상처는 대조군보다 최대 50% 더 작았다.

연구진은 다음으로 다른 그룹의 생쥐들을 피부손상을 가져오는 자외선에 노출시킨 다음 '슈퍼 멜라닌' 크림을 발라줬다. 이들 생쥐 역시 '슈퍼 멜라닌'을 바르지 않은 다른 생쥐보다 더 빨리 회복했다.

추가 조사 결과, '슈퍼 멜라닌'은 활성산소종을 흡수하고 생쥐의 면역 반응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루 교수는 "이 치료법은 면역 체계에 의해 조율되는 치유와 회복의 주기로 피부를 설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선택적 성형 수술 중 환자에게서 떼어낸 인간 피부 세포 샘플을 NM에 노출시켰다. 총 20개의 피부 세포 샘플이 있었는데, 절반은 '슈퍼 멜라닌'이 발라졌고 나머지 절반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치료하지 않은 10개의 샘플은 모두 빠르게 물집이 생기는 화상을 입었다. 반면, 촘촘하고 표면적이 작은 입자가 포함된 크림으로 처리한 샘플 중 5개는 물집이 전혀 생기지 않았고, 나머지 5개는 가벼운 물집만 생겼다.

이 효과는 더 다공성이고 표면적이 더 큰 입자를 함유한 크림으로 처리한 샘플에서는 덜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어떤 방법으로 '슈퍼 멜라닌'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비동물 실험에서 더 다공성인 '슈퍼 멜라닌' 입자로 구성된 크림이 활성산소종을 제거하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입자의 더 높은 표면적 때문일 것이라고 지아네스키 교수는 밝혔다. 생쥐 실험에서는 치유 속도를 높이는 항염증 면역세포를 모집하는 데도 더 효과적이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의 피부과 전문의 루이스 가르자 교수(피부과)는 "'슈퍼 멜라닌'은 피부 손상을 예방하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영했다. 햇빛 과다 노출, 방사선 치료 또는 화학적 화상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강력하고 새로운 도구의 발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이 물질을 상용화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한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슈퍼 멜라닌'이 일반 자외선 차단제보다 일광 화상을 더 잘 예방하는지를 테스트하는 등 '슈퍼 멜라닌'의 잠재적 보호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36-023-00331-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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