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가다]입 막고 추모글 검열…中, 리커창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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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사망한 뒤, 중국 당국은 베이징에 추모 공간조차 허용하지 않았죠.
애도하고 싶은 중국인과 통제하려는 경찰간의 마찰이 벌어졌습니다.
세계를 가다, 베이징 이윤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리커창 전 중국 총리 장례식이 열린 베이징 외곽 바바오산 혁명 묘역 인근.
사복 경찰관 여러 명이 여성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추모객이 끌려가는 영상은 확산됐고 "국민들 입을 막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사복 경찰들은 10미터 당 한 명 꼴로 장례식장 주변에서 삼엄힌 경계를 펼쳤습니다.
불만을 쏟아내는 중국인들이 곳곳에서 포착됐습니다.
[장례식 추모객]
"사람들이 총리 배웅하는 거잖아요. 난 (경찰에) 협조했어요. 소란 피우지 않았어요.
취재진을 발견한 경찰은 곧바로 촬영을 중단하고 떠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중국 관영 언론을 제외하고 다른 매체는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관영 언론 발표를 (보세요)."
리커창 전 총리의 모교인 베이징 대학교 입니다.
공식적인 추모 공간은 이곳 베이징대를 포함해 중국 전역에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례식 이후에도 학교 인근에는 경찰이 배치됐습니다.
[베이징 주민]
"추모의 마음을 표할 곳이 없어서 아쉬워요."
[허베이성 주민]
"국민들이 이 총리를 특히 좋아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추모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안후이성의 리 전 총리 고향에서만 맘껏 그를 추모할 수 있었습니다.
추모객이 몰리자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도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추모객들이 놓은 메모를 검열한다는 목격담이 제기됐고, 곳곳에서 항의도 잇따랐습니다.
[리커창 전 총리 추모객(지난달 31일)]
"이건 내 생각이고 내 관점이에요. 당신한테 방해되는 게 있어요? 우리 사회가 이렇게 어두워요?"
상하이 거리에선 엄격한 통제에 이례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시민들도 등장했습니다.
[상하이 주민]
"공산당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체제에서 리커창 전 총리는 실권없는 2인자였지만 민생 경제를 위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리 전 총리의 사망 이후 긴장이 높아지고 통제가 강화된 건 중국의 허약한 부분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이윤상 입니다.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이혜리
이윤상 기자 yy27@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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