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폭우 쏟아지고, 습도 높아도…4만 구장 뚫고 이기려는 '비장한 울산'

박대성 기자 2023. 11. 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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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호르 다룰 탁짐 홈 구장. 울산 현대는 7일 이곳에서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을 치른다 ⓒ스포티비뉴스DB
▲ 울산 현대가 5일 조호르가 내준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조호르(말레이시아), 박대성 기자] "한국에 비해 덥고 습한 날씨지만 그걸 대비할 방법은 없다. 날씨와 기온이 높고 습하다는 게 한국과 차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도 이상 기후로 엄청나게 춥거나 그렇지 않다. 잘 적응해 보겠다"

울산 현대가 쉽지 않은 조호르 원정길에 나섰다. 한국과 다른 기후지만 승점 3점은 필수다. 4만 구장에 운집할 원정 팬 응원을 뚫고 반드시 이기려는 각오다.

울산은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을 치른다. 홈에서 조호르를 3-1로 제압하고 돌아온 리턴 매치다. 현재 울산은 ACL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 원정(0-1 패)를 제외하고 승점 3점을 모두 쓸어 담았다.

리그 우승 경쟁 부담은 덜었기에 ACL에 집중할 수 있다. 울산은 지난달 29일 홈 구장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라운드A 35라운드에서 대구를 2-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점 3점을 확보하면서 파이널 라운드A 세 경기 남은 시점에 우승을 확정했다.

리그 조기 우승에 창단 최초 2연패를 해냈지만 ACL에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빠툼 유나이티드에 3-1로 이겼지만, 가와사키 프론탈레 원정길에서 0-1로 삐걱였다. 후반기 리그에서도 확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기에 여러모로 타격이 컸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조호르를 3-1로 잡은 건 분위기 반전 신호탄이었다. 전반부터 몰아쳤고 킥오프 휘슬이 울린지 5분 만에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12분엔 루빅손이 2선에서 흘러나온 볼을 재치있게 잡아 쇄도했고, 조호르 골키퍼가 나온 타이밍에 맞춰 골망을 뒤흔들었고, 20분이 되지 않은 시점에 3번째 골을 몰아쳤다.

▲ 울산 현대가 5일 조호르가 내준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울산 현대가 5일 조호르가 내준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태환이 전반전 볼 경합 상황에서 과격한 파울로 경고 두 장을 받아 퇴장을 당했다. 상대도 같이 경고를 받아야 할 석연찮은 판정이었지만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를 해야 했다. 후반전 조호르가 만회골에 성공하며 불씨를 당겨도 대형이 갖춰진 울산을 넘기엔 쉽지 않았다.

울산은 조호르를 잡고 분위기를 바꾸며 조기 우승까지 이어갔다. 하지만 조별리그 1차전부터 전승을 이어간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밀려 I조 2위에 있다. 승점은 3점 차이다. 리그 2연패 우승 팀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남은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싹쓸이 하고플 마음이 클 법 하다.

물론 홍명보 감독은 평점심을 유지했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11시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호르 원정길은 우리가 ACL 본선에 진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경기다. 홈에서 조호르를 상대로 이긴 만큼, 상대 팀도 잘 준비해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 전 공식 훈련을 잘 끝내고 남은 시간 동안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거두겠다"라고 말했다.

과거 "여기는 인터내셔널 매치"라고 말했듯이 리그 우승과 ACL을 연결하지도 않았다. 홍 감독은 "우승을 확정했지만 아직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ACL에 집중하고 진지하게 임하게 임할 수 있는 상황이다. ACL에 집중력을 이어가면서 내일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 울산 현대가 6일 공식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DB

오후 4시부터 시작한 공식 훈련에서도 비장한 분위기였다. 몸을 푸는 선수들은 옅은 미소로 조호르 원정 경기장을 누볐지만, 홍명보 감독은 멀찍이서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체크했다. 선수들도 곧 집중력을 이어가며 몸동작 하나하나를 허투루 하지 않았다. 반대편에 조현우도 좌우로 날아오는 볼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잡아냈다.

취재진에 공개된 훈련은 단 15분이었다. 전체 훈련 과정을 볼 순 없었지만, 선수들에게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때보다 커 보였다. 훈련에 들어가기 전 갑자기 폭우가 몰아쳤고, 비 온 뒤 습도가 더욱 높아졌지만 승점 3점을 위한 각오가 그라운드 위에 보였다.

홍명보 감독 말에서도 알 수 있었다. 홍 감독에게 한국과 다른 말레이시아 환경적인 요소를 묻자 "한국에 비해 덥고 습한 날씨지만 그걸 대비할 방법은 없다. 날씨와 기온이 높고 습하다는 게 한국과 차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도 이상 기후로 엄청나게 춥거나 그렇지 않다. 잘 적응해 보겠다"라고 짚었다.

지난해 경험도 이들에게 큰 교훈이다. 날씨 등 외부적인 요인을 포함해 4만 관중이 운집한 분위기를 기억하는 선수들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는 지난해 경험이 있다. 이런 걸 충분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것에 대응할 수 있는 선수들과 경험 있는 선수들이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카테고리를 잘 나눠서 어떻게 경기를 운영하는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경험이 이번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상쇄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호르 원정길을 앞둔 울산 선수들에게 그날의 기억이 전달된 모양새다. 기자회견에 대동한 김지현은 "동료들에게 들은 바로는 조호르 원정길이 힘들고 경기장과 팬들의 분위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런 건 지난 승리로 모두 극복했다고 본다. 경험을 통해 어려움을 많이 지웠다고 생각한다. 내일 경기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울산은 지난달 홈에서 열렸던 조호르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부분 로테이션에 공격적인 라인업을 꺼냈다. 리그 우승을 확정한 이번엔 꺼낼 수 있는 최정예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쉽지 않은 원정이지만 조별리그 3차전 홈 경기처럼, 원정길에서도 전반부터 조호르를 압박하고 이른 선제골을 노릴 공산도 적지 않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조별리그 3차전 홈 경기에서 한 명이 퇴장 당했지만 이겼다. 우리는 좋은 경기를 했다. 10명, 11명 선수 숫자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경기에 어떻게 집중하는지가 중요하다. 내일은 대등한 상황에서 상대를 예측하고, 침착하게 대비해 경기에 임하겠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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