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5대 시중은행 불러 폴란드 방산수출 금융지원 논의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폴란드 방위산업 수출 2차 계약이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한도 제한으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플랜B’ 마련을 검토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6일 오후 3시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5대 시중은행 관계자들과 만나 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폴란드에 자금을 대출한다는 내용이 담길 투자의향서(LOI) 체결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국방부 실장급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임원들이 참석했으며 회의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국방부는 “폴란드 방산수출 지원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오늘 회의는 국방부 담당부서와 은행 간 방산 수출에 있어 금융 관련 사항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각사의 대출 여력과 적정 금리 등 세부적인 대출 조건에 관해 논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등 2개 업체의 수출대금을 5대 시중은행이 균등 분할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규모는 수출입은행이 자본금 제약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수조원대가 언급됐으며, 액수는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은행들은 오는 10일 계약 발표를 목표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회의에서 시중은행이 금융지원에 참여하게 될 경우 정부가 부과할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안다”며 “방산부문에서 국책은행에 견줘 경험이 전무한 민간금융이 경쟁력을 어떻게 보완할지 앞으로 더 논의해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와 총 124억달러(약 17조원) 상당의 무기 수출 1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잭폿’을 터뜨렸다.
작년 7월 기본계약 체결에 이어 한달 뒤 서명한 1차 이행계약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이 각각 폴란드에 FA-50 경공격기,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K-2 흑표전차 등 124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체들은 1차 계약을 체결한 뒤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2차 계약을 맺어 속도감 있게 계약을 매듭짓는다는 계획이었다.
기본계약에 따르면 2차 계약 예상 물량으로 K-9 자주포는 1차 계약(48문)보다 많은 600문, K-2 전차는 1차 계약(180대)보다 4배 이상 많은 820대로 계획돼 30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그런데 2차 계약 이행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금융지원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 교통, 방산 등 대형 프로젝트들은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짙고 수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출국에서 구매국에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그런데 현행 수출입은행법 및 시행령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7월 말 기준 수은의 자기자본이 18조4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폴란드에 지원할 수 있는 수출금융 지원액은 7조3600억원으로 제한된다.
수은은 이미 1차 이행 계약 지원을 위해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와 각각 6조원씩을 투입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어 이를 제외하면 수은의 폴란드 추가 지원 가능액은 1조3600억원 수준에 그친다.
현재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지만, 다른 법안들에 밀려 상임위 소위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방산 업계에서는 이날 국방부와 시중은행 간담회를 계기로 2차 계약 이행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수은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돼 정상적인 절차로 방산 수출이 이뤄지는 게 첫째이고, 그게 안 되면 고육지책으로 시중은행 참여라도 이뤄졌으면 한다”며 “경쟁 방산 강국들의 견제가 심해 기존 계약이 빨리 실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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