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골드글러버 ‘어섬 킴’
“어섬(Awesome).” 아주 멋지다, 대단하고 굉장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다. 감탄할 때 쓰이는 ‘대박’이란 말과도 뜻이 통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경기장에 나오면 홈팬들은 “어섬 킴”을 연호하며 응원한다. 미국인이 정확히 말하기 까다로운 ‘하성’과 발음이 비슷해 중계진이 쓰기 시작했는데, 김하성이 호타준족에 호수비를 연일 펼쳐 관중들이 “어섬”을 외치는 일이 잦아지며 그의 별명이자 애칭으로 굳어진 것이다.
김하성은 빅리그 3년 차인 올 시즌에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타율 0.260에 17홈런·38도루를 기록한 공격·주루는 물론이고, ‘오늘의 명장면’에 자주 나온 그림 같은 수비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빛나는 수비 실력이 마침내 큰 상으로 돌아왔다. 6일 올해 골드글러브상 수상자로 뽑힌 것이다. 1957년부터 시작돼 내셔널·아메리칸 양대리그 포지션별로 한 시즌 최고 수비 선수에게 주어진 골드글러브상을 받은 한국 선수는 그가 최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도 처음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다재다능. 김하성의 황금장갑이 가리키는 탁월함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부터 여러 포지션을 뛰는 전천후 선수들을 위해 ‘유틸리티’ 부문을 신설했는데, 김하성은 여기에 뽑혔다. 그는 올해 2루수로 106경기, 3루수로 32경기, 유격수로 20경기를 뛰었다. 2루수 황금장갑 최종후보 3명에도 들었지만 거기선 밀렸다. 하지만 2루수 한 자리뿐 아니라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서 물 샐 틈 없는 수비력을 인정받았다는 면에서 더 의미 있다.
‘어섬 킴’의 황금장갑은 새로운 도전 끝에 이룬 것이라 값지다. 그는 2014년 프로 데뷔 후 유격수를 주로 맡아 2루수로 뛴 경기가 거의 없었다. 올해 팀 사정상 2루수로 전업했는데, 포지션을 바꾼 첫해 골드글러브를 받은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4명뿐이었다고 한다. 놀라운 적응력과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의 팀은 왼쪽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를 세울 때면 김하성을 3루수로 내고, 반대 성향 투수라면 그를 2루수로 낼 정도라고 한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넘어 ‘최고 중의 최고’로 우뚝 선 그는 그 자리를 오래 지켜낼 일만 남았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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