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GG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김하성이 해냈다" 박찬호도 감격한 '수비 선구자'
[OSEN=이상학 기자]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6일(이하 한국시간)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했다. 각 포지션별로 10명씩, 양대리그에서 총 20명의 선수들이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NL) 2루수, 유틸리티 2개 부문에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데 유틸리티로 수상에 성공했다.
김하성은 한국인 선수 최초이자 일본인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인 2001~2010년 10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김하성은 내야수로는 아시아 최초 수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도 이날 ‘김하성이 아시아 출신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고 비중 있게 전하며 9월말 골드글러브와 관련해 김하성과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김하성은 “아시아 야구계와 어린 아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내야에서 뛰는 나를 보며 이곳에 오는 것을 생각한다. (골드글러브를 수상한다면) 개인적으로도 큰 성과이지만 아시아의 아이들에게 내야수도 메이저리그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아시아 내야수들은 빅리그에서 성공 확률이 낮다는 등 의구심이 많다. 꿈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김하성 말대로 그동안 아시아 내야수들이 수없이 메이저리그에 왔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수비력에서 한국보다 한 수, 아니 두 수 위로 평가받는 일본은 마쓰이 가즈오, 이구치 다다히토, 나카무라 노리히로, 니시오카 쓰요시, 이와무라 아키노리, 가와사키 무네노리 등이 메이저리그에 왔지만 수비에서 혹평을 받았다. 한국인 내야수로는 강정호가 활약했지만 수비에선 김하성 같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김하성이 한국인을 넘어 아시아 내야수들에 대한 인식과 편견을 바꿔놓았다.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한국인 1호 빅리거가 된 투수 박찬호도 김하성을 두고 ‘선구자’라고 표현하며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인 투수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만 우리는 해냈다. 투수 다음에는 최희섭, 추신수 같은 홈런 타자도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비는? 내야수, 유격수, 2루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김하성 덕분에 ‘그래,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치켜세웠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특별 고문으로 구단의 김하성 영입 과정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였던 2021년 샌디에이고 내야 코치로 김하성을 지도한 ‘수비 스승’ 바비 디커슨 필라델피아 필리스 코치도 “김하성은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다.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가나 그 누구에게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면이 선수를 위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NL 우익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샌디에이고 팀 동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김하성에 대해 “그는 한국에서 최고의 유망주였다. 재능 있는 선수인데 항상 도전을 받아들였다. 빅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곳인데 김하성은 적응해냈다. 올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하성도 소속사 서밋매니지먼트를 통해 골드글러브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기대했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 2023년 한 해 동안 큰 관심 주시고, 응원해주신 팬 분들과 야구 관계자님들께 감사 인사드린다. 덕분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야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김하성은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 한국 야구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한국 야구와 후배들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