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변화…‘선거용 쇼맨십’ 아님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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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필자는 아내와 심하게 다투면 편지를 써서 화해를 구하곤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의 참패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취임 이래 대통령이 일관되게 보여준 오만과 불통의 모습과 비교할 때, 모 보수언론의 "늘 이랬으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바람직한 변화'라 하겠다.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변함없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협치는 한낱 공허한 슬로건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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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왜냐면] 양의모 | 작가·전 대학교수
예전에 필자는 아내와 심하게 다투면 편지를 써서 화해를 구하곤 했다. 대면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할 때는 이 방법이 제법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다지 먹히지 않게 되었는데, 이유는 진정성 문제 때문이었다.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아내 말을 듣고 아차 싶어 그때부터는 편지 대신 행동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최근 의회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것이었다. 이재명 대표와의 차담은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만남을 피하던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었고 전 정부 탓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을 지지해 달라는 호소 역시 낯설기만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의 참패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취임 이래 대통령이 일관되게 보여준 오만과 불통의 모습과 비교할 때, 모 보수언론의 “늘 이랬으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바람직한 변화’라 하겠다.
하지만 필자 아내의 말처럼 ‘진정성 없는 변화’는 눈앞에 닥친 총선을 위한 기만적 ‘쇼맨십’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변함없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협치는 한낱 공허한 슬로건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자세를 낮췄지만 ‘건전 재정’은 유지하겠다는 선언이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정도로 머리를 숙였는데도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 민생이 악화했다는 명분 쌓기 작업으로 생각하면 기우일까? 김건희 여사 의혹, 처가 의혹,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이재명 대표 ‘표적 수사’ 의혹,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최민희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 임명 보류와 방통위를 중심으로 한 언론 억압적 정책 등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만이 자신의 태도 변화의 진정성을 증명할 것이다.
이날 일부 야당 의원의 반발을 ‘볼썽사나운 모습’이라고 비판한 보수언론에 한마디 하고 싶다. 누군가가 자신을 실컷 때리고 괴롭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화해합시다’라며 손을 내민다면 과연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거듭해 온 야당 탄압과 민생 외면, 굴종 외교, 대통령 친인척 비리, 독립영웅들에 대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 등을 통해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야당과 국민의 분노를 감안하면 계란을 던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정치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더 큰 죄라는 중국의 어느 고전을 상기하면서 대통령은 야당 의원의 ‘무례함’을 탓하기보다는 국민의 아픔을 대변하고자 한 몸부림으로 여기고 겸허히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아버지 윤기중 교수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필자와는 일본 히토츠바시대 동문이며 선배이기도 한 윤기중 교수는 평소 아들에게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당부했고, 소천 직전에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인간의 삶은 끝 모습에서 결정된다는 어느 그리스 철학자의 말을 대통령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잘 자라’는 것보다 ‘잘 끝내’는 삶을 사는 것이 돌아가신 선친에 대한 최고의 효도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그것을 위한 출발이 되기만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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