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매도 금지에 증시 `폭등 신기록`
코스닥도 22년만에 최대폭 상승
환율 25.1원 급락… 3개월새 최저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인 6일 한국 금융 시장에 역대급 기록이 쏟아졌다.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폭인 134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단숨에 2500선에 복귀했다. 코스닥 시장도 7.3% 치솟으며 2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에 마감했다. 상승률(5.66%) 역시 역대 46위로 2020년 3월 25일(5.89%) 이후 최고치다. 코스닥지수도 상승랠리를 펼쳤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57.40포인트(7.34%) 오른 839.45에 마감했다. 이 역시 2020년 3월 24일(8.26%)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상승 폭은 지난 2001년 1월 22일 이후 약 22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렸다. 숏커버링(공매도 청산 위한 환매수)에 따른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111억원, 2048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은 9175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 순매수액은 지난 5월 26일(9112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이 4702억원어치 매수 우위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지난 3일 외국인은 1180억원어치 순매도했으나 이날 대거 순매수 전환했다. 코스닥150 선·현물 가격 급등으로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57분에 코스닥시장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를 3년 5개월 만에 발동하기도 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되며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시총) 상위 종목 가운데 포스코퓨처엠(29.93%)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22.76%), POSCO홀딩스(19.18%), LG화학(10.62%) 등 이차전지 종목이 일제히 폭등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1.87%)와 SK하이닉스(5.72%), 셀트리온(5.34%) 등도 올랐다.
코스닥시장은 전체 종목의 대부분이 상승마감했다. 시총 상위 종목 가운데 에코프로비엠(30.00%)과 에코프로(29.98%)가 급등해 상한가에 장을 마쳤다. 엘앤에프(25.30%), 포스코DX(27.00%)등 다른 이차전지 종목도 급등했다. 이외에도 레인보우로보틱스(14.36%), 에스엠(5.96%) 등이 올랐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업종이 상승했으나 상승 강도는 차별적"이라며 "이차전지, 헬스케어, 일부 민감주 등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군이 초강세였지만 보험과 통신 등 방어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차전지 종목들의 경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코스피200(KS200), 코스닥150(KQ150) 등 벤치마크를 구성 이차전지주로 숏커버링성 매수가 유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이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가 확대되고 미 국채 금리 레벨 하락 등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여건이 이어졌으나 오늘 국내 증시의 가장 큰 화두는 공매도 전면 금지"라며 "낙폭 과대 인식에 더해 그동안 지수 하락 과정에서 공매도 잔고가 많았던 이차전지 중심으로 급등세가 전개되며 지수의 상승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도 기록이 쏟아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5.1원 급락한 1297.3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1308.0원으로 출발했다가 내림세를 거듭하며 1300선을 하회해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선을 하회한 건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1일(1283.80원)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08년 1월15일(865.28원) 이후 15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100엔당 867.38원을 기록했다.
한편 이번 공매도 일시금지 조치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제약이 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국제적 흐름에 발맞춘 코로나19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 단독으로 공매도 금지에 나선 만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마트카르마 홀딩스의 분석가 브라이언 프레이타스는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면서 "공매도 금지로 더 이상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에 큰 거품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당국의 발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블룸버그는 또 시총이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한국증시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전했다. 코스피는 0.6%, 코스닥은 1.6% 정도다.
로이터통신도 "영향력 있는 지수 제공업체 MSCI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며 "한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이달 6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 등의 차입공매도를 제외하고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및 코넥스 시장 등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의결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국 증시 역사상 네 번째다. 한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처음으로 공매도를 8개월간 금지했고, 이후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입자 3개월간 공매도를 멈췄다.
이후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로 폭락 장이 이어지자 세 번째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전면 허용하지 않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게 꼭 결정적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하연기자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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