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합주 여론조사 압승… 바이든에 등 돌린 유권자들

유태영 2023. 11. 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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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주 중 5개주에서 지지율 우위
NYT “선거인단 300명 확보 가능성”
트럼프 48%… 바이든 44% 그쳐
지난 대선 승리지역서 ‘빨간불’
‘집권2기’ 준비 공들이는 트럼프
배신자 처벌 ‘살생부’ 작성 나서
법무장관 인선 최우선순위 삼아
2020년 미국 대선 승부를 갈랐던 주요 경합주 6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81세), 경제·외교정책 등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91개 혐의로 기소돼 4개 형사재판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에 비상등이 켜졌다.
희비 2024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리턴 매치’를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3일(현지시간)과 4일 메인주와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대선에서 경합주였던 네바다, 에리조나 등 6개 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예상된다고 5일 보도했다. 루이스턴·키시미=APUPI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시에나대와 함께 네바다 등 6개 경합주 등록유권자 3662명을 대상으로 10월22일∼11월3일 ‘만약 오늘이 2024년 대선날이고 민주당 후보가 바이든, 공화당 후보가 트럼프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고 물은 결과 48%가 트럼프를 꼽았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은 44% 지지를 얻어 트럼프에게 4%포인트 밀렸다.

이번 조사가 실시된 6개주는 지난 대선에서 모두 바이든이 승리했던 지역이다. 내년 대선 결과가 여론조사대로 나온다면 트럼프는 백악관 입성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훨씬 상회하는 3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바이든이 6곳 중 위스콘신에서만 47%를 얻어 트럼프(45%)에 겨우 앞섰다. 나머지 네바다(41% 대 52%), 조지아(43% 대 49%), 애리조나(44% 대 49%), 미시간(43% 대 48%), 펜실베이니아(44% 대 48%) 5개주에서는 트럼프에 4∼11%포인트 차로 뒤처졌다.

신문은 바이든이 흑인·히스패닉계, 젊은층에서 크게 우위를 보였던 인구통계학적 이점을 거의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수준별로도 거의 모든 유권자층이 바이든의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고 여기는 것은 또 하나의 불길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당시 45세 이하 비(非)백인 유권자한테서 트럼프보다 39%포인트 더 많이 득표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6%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45세 이하 백인 유권자 표는 5%포인트 더 많이 모았던 것이 이번에는 트럼프가 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뒤집혔다.

NYT는 다만 아직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1년이나 남았고, 경제지표는 호전될 가능성이 높으며, 트럼프가 여전히 분열적인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민주당이 완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2022년 중간선거 결과를 거듭 언급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바이든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에 다소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CBS방송이 10월30일∼11월1일 26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양자 가상 대결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지지율은 48%로 트럼프 51%보다 낮았다.

CBS는 “트럼프의 3%포인트 우위는 9월보다 다소 높은 수치”라며 “만약 내년 선거에서 이대로 나타난다면 트럼프가 안정적으로 선거인단 확보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고령, 정책…곳곳이 지뢰밭

NYT·시에나대의 경합주 6곳 여론조사 세부 내용을 보면, 유권자들의 불만은 바이든의 나이와 정책 등 전방위적인 측면에서 고조돼 있었다.

바이든에 대해 응답자 71%가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제대로 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고 답했다. 바이든 지지층에서도 54%가 이에 동조했다. 게다가 전체 응답자 62%는 바이든이 ‘정신적 예리함’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바이든보다 4살 적은 트럼프에 대해서는 39%만 나이가 너무 많다고 답했다. 트럼프 지지층이 그렇게 응답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바이든의 경제·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도 냉혹했다. 바이든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살아나고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법인세 인상, 친환경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를 홍보하는 데 최근 수백만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경제가 훌륭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뿐이었다.

특히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두 후보 중 누구의 경제 정책이 더 신뢰할 만한가’라는 질문에 6개 경합주 응답자 59%는 트럼프를 택했다. 바이든을 꼽은 유권자는 37%에 그쳐 22%포인트 차이가 났는데, 이는 모든 설문 항목 중에서 가장 큰 격차였다. 또 경제 정책에 대한 트럼프 선호 현상은 성별, 학력, 연령,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나타났다. 이는 현직 대통령이 대선 경쟁에서 경쟁자와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다 경제 성과로 지지세를 결집하는 역대 선거 행태와 다른 결과를 부를 수 있는 점이라 주목된다.

2024년 대선 투표의 결정적 요인으로 낙태, 총기 등 사회 문제보다 경제 문제를 꼽은 유권자가 2배가량 많기 때문에 이 결과는 바이든에게 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최대 외교 현안이 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충돌을 두고서도 유권자 50%가 트럼프가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바이든 편에 선 유권자는 39%였다. 바이든은 이민 및 국가안보 정책에서도 트럼프에 12%포인트씩 뒤처졌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33세 유권자는 NYT에 “바이든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계의 지도자들과 맞설 적임자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CBS의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8%에 그친 반면 트럼프는 45%나 됐다. 대외 정책에서도 응답자 49%가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미국이 전쟁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트럼프는 39%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집권 2기 대비 살생부 쓰는 트럼프

백악관 복귀를 노리는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2위 그룹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 넉넉히 앞서고 있다. 2017∼2021년 임기 때 자신에게 발탁됐으나 나중에 등을 돌린 인사들을 수사·처벌하기 위해 살생부 작성을 시작하는 등 집권 2기 준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2020년 대선 직후 ‘선거 사기론’을 주장하는 트럼프에 대해 “항상 국가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했던 사람”이라고 비난한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트럼프가 전사한 해병대원들을 ‘멍청이’라고 비하했다고 폭로한 존 켈리 전 비서실장 등이며, 트럼프는 재집권에 성공하면 이들을 수사하려고 벼르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트럼프는 이를 위해 법무장관 인선을 집권 2기 인사의 최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살생부 작성은 ‘프로젝트 2025’라고 불리는 우파 싱크탱크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 싱크탱크는 관료적 저항이 ‘트럼프 1기’ 정책 추진의 최대 방해물이었다는 판단하에 백악관 권한을 강화하고 트럼프의 뜻을 잘 따를 고위직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WP는 덧붙였다.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취임 첫날 발생할 수 있는 시위에 대비하기 위해 ‘폭동 진압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1807년 발효된 이 법은 미 대통령이 폭동이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군부대 파견 권한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이에 관한 WP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경선에서 상대 후보들을 꺾고 사기꾼 같은 조 바이든을 이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법과 질서, 헌법 수호를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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