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벌써 '난관'…'불출마 압박'에도 與 침묵 일관

與, 인요한 제안에 "취지는 공감"…수용 여부는 '회피'
제안 무시하면 혁신위 동력 상실…총선 리스크 될수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4일 부산 남구 경성대에서 열린 '이언주&이준석 톡!톡! 콘서트'에 참석, 토크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을 방문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2023.11.04.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내 주류 인사들을 겨냥해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당사자로 지목된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 의원,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공식 안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답을 미루면서다. 결국 혁신위의 쇄신 동력은 이번 인 위원장의 제안을 당이 수락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6일 국회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는 박 수석대변인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 중진 의원들의 일관적인 반응이기도 하다.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2호 혁신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 윤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출마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정치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당초 동일 지역 3선 이상 제한이 언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대상자 대부분인 영남권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한발 후퇴한 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그럼에도 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각각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인 위원장이 말씀하신 취지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시간을 갖고 기다려 주길 바라고 시끄러운 과정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 중진 의원들도 우선은 존중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수용 여부를 밝히는 것이 아닌 우회적인 표현으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인 위원장 제안을 보면 최근 우리당과 정부의 여러 수도권 정책으로 나름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람을 잘 배치하면 경쟁력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혁신위에서 어떤 주장이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 설득을 위해선 2가지가 필요하다"며 경쟁력 보유 후보 공천·검찰 기소 정치인 공천 배제 등을 제안했다. 조해진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취지는 이해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단정적으로 평가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 역시 "혁신위에서 여러 가지 논의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 오면 당에서 정식적인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대상자 입장에선 선뜻 인 위원장의 제안에 응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위 차원의 공식 안건도 아닌 권고일 뿐 아니라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당의 변화를 위해 인 위원장을 세웠고 전권까지 부여받은 만큼 이러한 파격 행보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결국 당도 변하기 위해선 인 위원장의 요구에 응답할 필요가 있고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제안에 당이 끝내 화답하지 않으면 혁신위 동력은 사실상 상실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혁신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인 위원장이 정치적 배경과 힘이 없는 만큼 말로서 호소하고 있는 것인데, 끝내 통하지 않으면 힘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보수 정당의 혁신은 기득권을 내려놓기인데, 그동안 내려놓기 어려웠다"며 "결국 뺏는 방법밖에 없는데, 당의 혁신은 인 위원장의 제안을 받느냐 안 받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