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로 지역 균형을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 이게 오늘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숙제입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후 국립예술단체장·기관장과 함께 한 첫 간담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일 장형준(왼쪽) 예술의전당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유 장관은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예술의전당 등 24명의 단체장·기관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예술단이 하나도 없는 지역에 ‘국립’이란 이름이 붙은 예술단, 미술관, 박물관 등이 내년에 제대로 된 작품을 갖고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회에서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이 쉬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내년에 어떻게 전국을 돌지 12월(다음달) 안에 의견 교환을 하고 서로 겹치지 않도록 전국을 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전국을 돌며 인기를 모으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언급했다. 유 장관은 “이건희 컬렉션만으로도 사람들이 그렇게 모이는데 미술관과 박물관은 수장고에 쌓아둔 것도 많으니 이를 순회 전시로 하면 좋겠다”며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에게 순회 전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에게는 “제가 15년 전에 독일에서 모셔 온 거 기억하세요?”라고 말하며 “국립 대표 예술가들은 대한민국의 얼굴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국립이 붙으면 국가대표 선수가 되면 좋겠다”면서 “단장이 경영만 하고 안무는 다른 사람이 하면 국립으로서의 정체성이 뭔지 모르겠다. 단장과 예술감독으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만들어 달라”며 경영이 아닌 창작 활동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국립 예술단체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30일 문화예술 지원사업과 관련해 언급했던 ‘책임심의제’를 참석한 단체장들에게도 설명했다. 유 장관은 “(예술의)전당 대관 심사도 남에게 다 맡기는데 직원들이 해도 된다”며 “전당에서 20년을 일했으면 음악을 들으면 안다. 직접 기관의 직원들이 전문가가 되고 심사하는 사람은 평생 심사만 하도록 해야 한다. 밖에 심사를 맡기니 책임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인 예술가 지원에 좌파, 우파, 블랙리스트 등을 얘기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실력이다. 그러니 올바르게 심사를 잘해서 어린잎이 잘 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거다. 국립단체에서는 확실하게 대표선수가 될 수 있도록 담금질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처음으로 24개 예술기관·단체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을 반겼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정감사에서 스쳐 지나가듯 몇 번 뵀던 분들이 모였다”며 “‘우리’라는 인식을 잘하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계기로 진짜 우리가 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24개 국립 예술단체장·기관장이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도 “박물관, 미술관, 국립예술단체가 같이 만나는 자리는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아마 협업을 통해 굉장히 좋은 시너지(동반 상승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유 장관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12월까지 문화예술 분야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연말까지 내용을 다듬어 최종 문화예술 정책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