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가 휩쓴 ‘공매도 금지’ 첫날…외국인 이탈·유입 제한 우려

조해영 2023. 11. 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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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논란]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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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 첫날 국내 증시는 극심한 쏠림 현상을 동반한 급등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해 매수 대열에 참여했고 개인 투자자들도 2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집중 매수했다. 단기 급등 뒤에는 통상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는 터라 공매도 금지 조처가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66% 급등한 2502.37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7.34% 급등했다. 두 지수의 상승률은 2020년 3월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코스닥은 장 초반 지나친 급등세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 조처가 발동되면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된다.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3년5개월 만이다.

추세적 하락세를 보였던 2차전지 관련 종목 기업들이 급등했다.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금양 등은 모두 상한가(30% 상승) 마감했다. 올해 상반기 급등했던 이들 종목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증권사들도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내리던 터였다. 같은 이유로 공매도 잔고도 많이 쌓여 있던 종목이다. ‘삼성 레버리지 케이알엑스(KRX) 2차전지 케이(K)뉴딜 이티엔(ETN)’ ‘타이거 케이알엑스 2차전지 케이뉴딜 레버리지’와 같은 2차전지 종목을 토대로 한 파생금융상품들도 50%대 상승률을 보였다. 투기 열풍이 이날 증시를 휩쓸고 지나갔다는 얘기다.

물론 이날 증시 상승세는 ‘공매도 금지’라는 단일 요인에 따른 것은 아니다. 지난달 중 국내 증시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미국 국채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며 글로벌 증시가 최근 안정세를 찾은 것도 주요 요인이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때 미국 3대 지수가 1% 내외 상승 폭을 보인 데 이어 이날 중국·홍콩·일본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건 속에 공매도 금지가 쏠림 현상을 부추기며 국내 증시를 급등세로 이끌었다고 본다. 특히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의 쇼트커버링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쇼트커버링이란 공매도 투자자들이 빌려 판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현상을 뜻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단기 주가 흐름을 예상할 때) 공매도 금지에 따른 쇼트커버링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였던 종목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공매도 금지는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떨어뜨려 외국인들의 이탈이나 추가 유입 제한으로 나타날 공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국 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5일(현지시각) “(공매도 금지가)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국계 펀드 중엔 해당 지수에 편입된 국가의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곳이 적지 않은 터라 한국 정부는 이 지수 편입에 공을 들여왔다. 정부도 이번 조처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장 관리 입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문제나 다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시 등락 자체보다 이번 공매도 금지가 전반적인 시장 안정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단 대내외 요인으로 증시가 불안정했을 때 쓸 수 있는 정부의 정책 수단이 줄게 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증시가 급락세를 보일 때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는 공매도 금지 조처를 단행한 바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장기적으로 외국계 자금 위주로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증시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변동성이 확대되면 폭등 종목이나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나 작전 거래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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