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세상] 전쟁이 빼앗은 불빛...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난 이달 6일까지 양측에서 모두 1만명이상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 폭격이 시작한 이후 한달 여간 가자지구에서 9770명 이상 숨졌고 이 가운데 최소 4008명 이상은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하마스 공격으로 1400명 이상 이 가운데 외국인을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가 1000명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마스가 지난달 7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인근 유대인 거주지를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습과 포격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소규모 지상 작전을 펼친 데 이어 27일부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 제거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전쟁 발발 직후 일찌감치 가자지구 내 전력공급과 통신, 수도공급을 끊으면서 민간인들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국내 민간위성 서비스회사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팀은 6일 고해상도 위성 영상과 합성개구레이더(SAR) 영상, 야간 관측 위성 영상 위성이 촬영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피해 상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들의 공격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9일 가자지구 내 알 수시모스크 사원과 야신 모스크, 자발리야 난민 캠프를 폭격한 데 이어 같은 달 17일 알리 아랍 병원을 폭격하는 등 가자지구 북부 도심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12일 가자지구 와디 가자 북부에 사는 주민 110만명에게 ‘24시간 이내에 남부로 떠나라’고 통보했다. 이는 가자지구에 사는 230만명 가운데 사실상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어스페이퍼팀은 지난달 15일 민간우주기업 플래닛랩스의 지구관측위성 스카이샛2 위성이 가자지구 북부와 가까운 이스라엘 남부 마브키임을 촬영한 영상에서 100여대의 이스라엘군 메르카바 전차와 장갑차, 군용차량이 줄지어 모여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스라엘군 탱크와 군 차량들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잇는 에레즈 출입문에서 불과 8km 떨어진 도로 옆 공터에 집결해 있는 모습이다. 하마스에 대한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 빛과 활력을 잃은 가자지구
하마스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피해를 본 가자지구 상황도 우주에서 포착됐다.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는 인구 60만명이 사는 인구 밀집 지역이다. 주요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어스페이퍼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지구관측위성 센티널-1호 위성에 실려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로 촬영한 영상을 활용해 건물 밀집도를 분석했다. 분석팀은 ‘스페클 다이버전스(speckle divergence)’라는 이미지 처리 기술을 활용했다. 지표면의 거칠기, 표면 구조, 레이더 시스템의 특성으로 발생하는 잡음현상인 스페클의 무작위적인 밝기 변화로 지형 변화나 지질, 작물 생장 상태를 추적하는데 활용된다.
분석팀은 전쟁 발발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7일과 지난달 17일 각각 촬영된 가자시티의 SAR영상을 분석한 결과 건물 밀집도가 현저히 떨어진 현상을 포착했다. 가자시티 북부와 남부 건물 밀집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고 도시 전체적으로도 밀집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건물이 파괴되면서 밀집도에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클 다이버전스 기술은 도시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피해 분석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발생했는지 파악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가자시티는 상업 지역이 밀집되어 있기에 지역 경제의 활력으로 밤에도 불빛이 밝게 빛나는 지역이 모여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 직후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전기와 식수 식량 공급을 중단한 지 3주째를 넘어서면서 민간인들의 건강도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병원들이 연료가 바닥나면서 비상발전기 가동도 중단됐고 수천 명의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분석팀은 미국항공우주국과 미 해양대기청, 미국방부가 운용하는 기상위성인 수오미 국가극궤도파트너십(NPP) 위성에 설치된 가시적외선영상방사계(VIIRS)센서로 야간에 촬영한 가자시티의 야경을 분석에 활용했다. 위성 영상을 이용해 도시의 밤의 불빛을 감시하는 것은 넓은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기에 도시의 활력도 및 활동을 이해하는데 사용되는 방법의 하나다. VIIRS는 육상과 대기, 빙권, 해양에서 방출하는 가시광선과 적외선 이미지를 수집하는 장비로 야간에 도시의 불빛 관측(DNB)에도 사용된다. 북한 지역 전력난 분석에도 이 기술이 활용된다.
분석팀이 지난해 10월 야간에 촬영한 가자지구 영상을 보면 가자지구 내 전역에 걸쳐 불빛 세기 강도가 고르게 나타났다. 반면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달 17일 야간 촬영 영상을 비교해보면 1년 전 영상에서 주변의 이스라엘 도시 불빛은 그대로이지만 가자지구 내 불빛은 전쟁 이후 사라진, 사실상 칠흑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분석팀은 “2022년 가자지구에서 포착된 빛의 세기와 2023년 빛의 세기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시티, 와디 가자 지역과 남부의 칸유니스, 라파 지역과 같이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빛들이 소실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 구호 물품 이송 행렬 탐지
21일(현지 시각)에는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와 보복 공습으로 한계에 몰린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품이 처음으로 반입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발발 이후 2주 만이다.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에서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라파 국경 검문소는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전쟁 발발 이후 2주 만에 처음으로 개방됐다. AFP에 따르면 1차 반입 물량은 트럭 20대분이다. 22일에는 17대 트럭 분량의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들어갔다.
민간우주기업 플래닛랩스의 지구관측 위성 스카이샛-2가 15일과 21일 각각 촬영한 영상을 보면 국경검문소 도로에 대형 트럭들이 2줄로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새롭게 포착됐다. 분석팀의 고해상도 위성 분석에서도 검문소를 통해 가자 지구로 유입된 구호 물품 지원 트럭이 실제로 37대인 것으로 나타나 APF가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호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자지구가 치명적인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은 가자지구의 주민 220만명을 지원하려면 최소 트럭 100대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파 검문소 인근에는 이미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에서 보낸 구호물자 3000t을 실은 트럭 200대 이상이 대기 중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내 사망자와 실종자를 더한 숫자가 1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투입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인의 피해는 더욱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스페이퍼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가자지구에 대해 위성 기술을 활용해 전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다면 국제사회가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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