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세르지오 시치타노 이탈리아 존 캐벗대 경제학 교수 | “伊 문제는 낮은 노동생산성…교육-기술 미스매치 심각”

김우영 기자 2023. 11. 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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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시치타노 존 캐벗대 경제학 교수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경제학 박사, 현 존 캐벗대 경제학과 학과장, 현 이탈리아 국립 공공 정책 분석 연구소(INAPP) 선임 연구원, 2022년 쿠즈네츠상 수상자 사진 세르지오 시치타노

“지난 20년간 이탈리아의 노동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이 4.2% 오를 때 독일은 21.3%가 올랐습니다.”

세르지오 시치타노(Sergio Scicchitano) 이탈리아 존 캐벗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10월 출범 1주년을 맞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주요 과제로 균형 잡힌 일자리 수요·공급 정책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낮은 ‘노동생산성’이 이탈리아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탈리아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103(2015년=100)으로 OECD 평균(106)을 하회했다. 한국은 110.2다. 시치타노 교수는 “이탈리아 경제가 반등하려면 근로자의 교육 수준과 직무 요구 기술 간 미스매치(불일치)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멜로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총리가 이탈리아를 집권한 배경은.
“우선 멜로니 집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정치·문화적 일관성, 동맹 목적의 통일성, 정치적 반대 세력의 약점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반면 권위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우파 정당이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비전은 분명하다. 지금 세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액세 도입을 주장한다. (과거 포퓰리즘(Populism·대중주의) 정당인 오성운동이 도입한) 기본 소득 제도 역시 근로자의 구직 활동을 저해하고 혁신을 촉진하지 않는다며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우파 정당이 득세하고 있는데.
“우선 많은 유권자가 기존 정당에 환멸을 느끼는 상황에서 우파 포퓰리즘 정당은 복잡한 문제에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들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다. 특히 중산층의 두려움과 불만도 활용한다. 가령 유럽의 근로자 계급은 역사적으로 좌파 정당을 지지해 왔지만, 이민자 유입이 늘자 자신들의 특권과 혜택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때 우파 정당은 이민자를 경제적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복지 국가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한다. 실제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은 농촌 지역과 과거 좌파 사회민주당이 장악했던 지역에서 선전한 바 있다.”

멜로니 정부가 기본 소득 폐지를 비롯한 각종 노동 개혁을 단행하는 이유는.
“이탈리아 정치의 핵심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노동시장 문제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봐라. 이탈리아 근로자의 생산성과 임금은 정체돼 있으며 근로 빈곤층은 많다. 실업률도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높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은 하락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건가.
“노동절이었던 올해 5월 1일 멜로니 총리가 발표한 노동개혁안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기로 했다. 첫째, 조세 격차(고용주의 총고용 비용과 직원의 순 취득 급여의 차액)를 줄여 중산층과 저소득층 근로자 임금을 높이기로 했다. 두 번째는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연장에 필요한 사유와 관련된 규칙을 완화해 기업에 단기 계약 고용의 길을 넓혀줬다. 마지막으로 2019년 도입된 기본 소득 제도 ‘시민 소득’을 축소했다.”

결국 경기 부양이 이번 개혁의 목표 같은데, 한때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탈리아 경제는 어쩌다 꺾이게 됐나.
“낮은 노동생산성 탓이 크다고 본다. 이탈리아의 노동시간당 GDP는 1999년부터 2019년까지 4.2%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은 21.3% 성장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영세한 기업 규모, 파산 위험에 놓인 기업들, 공공 행정의 비효율성 등이 이탈리아의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근로자의 교육 수준과 (직무 요구) 기술의 미스매치도 주요 원인이라고 본다. 고등교육을 받은 근로자들 사이에서 미스매치가 매우 심한데, 이는 이탈리아가 디지털화 같은 현대화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미스매치는 이탈리아가 낮은 기술 수준과 낮은 품질의 노동력 덫에 갇힌 상태로 머물러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OECD가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과잉 자격과 과소 자격 비율 모두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술 불일치를 줄이기 위한 기술 평가와 예측이 필요하다.”

교육이 문제라는 뜻으로 들린다.
“이탈리아는 기술 개발, 특히 고등교육 및 성인 학습에 대한 투자가 OECD 평균보다 낮다. 이는 교육에 대한 접근성과 교육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이탈리아의 학생 1인당 초등 및 중등교육 지출은 OECD 평균과 비슷했지만, 고등교육 지출은 매우 낮아 31개국 중 21위에 불과했다. 또한 성인 기술 투자를 지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LMP)’의 경우 이탈리아는 GDP의 0.36%를 지출해 OECD 평균(0.57%)을 밑돌고 있다.”

과도한 복지 지출로 재정 부담도 크다고.
“실제로 2022년 기준 이탈리아의 복지와 관련된 공공 지출은 전년 대비 180억유로(약 25조7670억원) 늘어난 6150억유로(약 880조3725억원)에 달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약 18% 증가한 수준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전체 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금은 8.2%, 의료비는 15.9%, 사회정책 지출은 30%씩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UN)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인구 감소로 2035년 연금 수급자 수가 처음으로 근로자 수를 초과할 전망이다. 사회보장 지출이 GDP의 17.5%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은 이탈리아 경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가 반등하기 위한 멜로니 정부의 과제는.
“앞서 언급한 대학 졸업생들의 교육 수준과 기술의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균형 잡힌 (일자리) 수요·공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기업들은 더 효율적으로 근로자를 선택하고 배치해, 혁신적인 하이테크 분야에서 높은 기술 직종을 창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학 역시 외부 이해 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하고, 학교에서 직장으로의 더 나은 전환을 촉진하는 학생 인턴십 프로그램과 지역적 필요에 맞춘 전문 학사 프로그램(Lauree Professionalizzanti)을 도입해야 한다. 또 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Plus Point
‘취임 1년’ 멜로니…보수층 지지 탄탄
성장 둔화, 재정 건전성 악화는 숙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가 다시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멜로니 총리는 10월 22일(이하 현지시각) 발간된 이탈리아 보수 성향지 ‘일 조르날레’와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작년 10월 22일 공식 취임한 그는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이자, 1922년 집권한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100년 만의 극우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는 것과 달리 그는 친유럽, 정책 노선을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전통적인 가족관, 반이민 정책 등으로 보수층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l)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멜로니 총리가 전후 이탈리아 총리 평균 임기인 14개월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경제다. 멜로니 총리가 10월 16일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감세 계획이 담긴 것이다. GDP 대비 재정 적자 규모도 기존 목표인 4.5%에서 5.3%로 상향했다. EU가 정한 재정 적자 비율(3%)과 더 멀어지게 된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이 0.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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