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종승 SK텔레콤 웹3사업팀장 | “내년 웹3 대유행 온다…새로운 형태 서비스 쏟아질 것”
“인비저블(invisible·보이지 않는) 웹3(Web 3.0). 우리 사업의 지향점입니다. 지금의 네트워크 환경인 웹2 이용자들은 웹3 개념이 생소하고 어렵기 마련이에요. 웹3의 기능과 특색을 겉으로 노출하기보다 최대한 웹2의 사용자 경험(UX)에 자연스레 녹여내고자 합니다.”
김종승 SK텔레콤 웹3사업팀장(이하 웹3 팀)은 최근 인터뷰에서 “웹3는 SK텔레콤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스며들게끔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SK텔레콤 웹3 팀은 2017년 신설된 블록체인 사업 조직에서 출발했다. 6년 전, 사내에선 새로운 정보기술(IT) 흐름을 따라잡고 SK텔레콤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신산업을 탐색하는 부서가 필요했다. 팀은 오랜 시간 시장과 기술을 조사했다. 김 팀장은 팀 출범 때부터 리더로 합류해 2018년 사업 전략을 도맡아 그렸다. 이듬해엔 구체적인 서비스 타깃을 정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팀 정체성을 세웠다.
2020년 1월, 마침내 SK텔레콤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명서 발급·제출 서비스 ‘이니셜’을 선보였다. 블록체인 조직의 첫 공개 서비스다. 지난해 8월엔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마켓인 ‘탑포트’를, 최근엔 이더리움과 폴리곤 체인을 지원하는 블록체인 지갑 ‘티월렛’ 서비스 운영을 개시하며 블록체인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 팀장이 속한 조직은 출범 이래 6년 동안 여러 차례 이름이 바뀌었다. 가장 최근 갖게 된 이름이 웹3사업팀. 이때까지 인접 사업과 통합되면서 조직 확장을 거듭했다. 현재는 조직 이름에 걸맞게 머리를 맞대고 웹3 기반의 새로운 사업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웹3란 탈중앙화 기반의 새로운 웹 패러다임을 뜻한다. 인터넷이 웹1, 플랫폼이 웹2였다면 웹3는 지능화·개인화된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의 의사 결정 참여 여건을 확대하는 웹 환경이다.
김 팀장과 웹3 팀은 앞으로 다가올 웹3의 메가트렌드(세계적 규모의 유행)에 대비하고 있다. 김 팀장은 “웹3 메가트렌드가 올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1~2분기쯤 되면 웹3 유행의 윤곽이 잡힐 것이다”고 했다. 이어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의 변화에 SK텔레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탐색하는 게 웹3 팀의 역할이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김 팀장과 만나 SK텔레콤이 웹3 메가트렌드의 가능성과 SK텔레콤이 구상하는 웹3 사업 영역이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르면 내년에 웹3 메가트렌드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웹3 메가트렌드의 조건은 네 가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완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규제 적용) △이더리움 알고리즘의 지분증명(PoS) 전환 이후 안정화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활성화 등이 관건이다. 국내외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는 시점이 모두 내년 상반기다. 웹3 진흥의 여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아직 웹3는 일반인에게 낯선 개념이다. 웹3의 특성에 대해 설명한다면.
“웹3는 탈중앙화된 웹이다. 탈중앙화는 일종의 가치 철학이다. 핵심은 검열 저항성이라고 생각한다. 사전 검열을 못 하게 한다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특정 자산을 다른 이용자에게 전송하는 행위를 누구도 막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게 검열 저항성이다.”
대형 이동통신사에서 아직은 불확실한 웹3 사업에 재빨리 뛰어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SK텔레콤 홀로 웹3 사업을 탐색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는 웹3를 전사 전략으로 내세우고 약 3조원 규모의 투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스페인과 남미를 거점으로 통신 사업을 하는 텔레포니카는 최근 NFT 마켓을 출시했다. 통신사는 가입자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젊은 세대 가입자일수록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에 관심을 두는데, 기업이 외면할 수 없지 않겠는가.
전 세계 통신사가 새로운 서비스 기회를 만들려는 관점에서 본격적인 웹3 진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NFT 마켓인 탑포트를 선보였다. 출시 이후 1년 동안 어떤 사업을 진행했는가.
“아직 본격적인 수익 사업을 노리는 단계는 아니다. 대신 탑포트를 활용한 여러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9월 코엑스에서 진행한 오프라인 전시다. 한국화 거장 김병종 작가와 미디어 아티스트 장승효 작가 등과 협업해 코엑스에서 오프라인으로 NFT 미술품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식으로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실험하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다.”
올해 3월에는 미래에셋증권과 토큰증권을 위한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컨소시엄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하나금융그룹 및 미래에셋증권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상태다. 이외에도 실무에 투입되는 기업이 여럿 있다. 미래에셋증권에서는 토큰증권 플랫폼을 구축하고 웹3 팀은 이와 연계된 서비스 협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은 양 사 간 시너지를 낼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단계다.”
최근 티월렛 기능 강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 기업 오지스 등과 MOU를 체결했다. 신생 기업과 협업을 통해 티월렛을 어떻게 발전시킬 예정인가.
“오지스는 국내 대표적인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프로토콜(데이터 교류 규약)을 운영한다. 가상자산 클레이튼 네트워크 기반의 클레이스와프와 폴리곤 기반의 메시스와프를 운영하는 역량 있는 기업이다. 조만간 티월렛에서 특정 가상자산을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서비스를 제공할 텐데 이때 오지스의 크로스체인 기술을 접목할 것이다. 이처럼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SK텔레콤 웹3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웹3 사업팀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이동통신사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찾아내는 게 목표다. 곧 가상자산이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 유형과 비슷한 형태로 제도권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시기가 오면 웹2와 웹3 구분도 없어지리라 본다.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질 것이다. 이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 SK텔레콤 가입자에게 더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파트너와 웹3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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