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글로벌 경제 리뷰] 달 넘어 태양 노리는 인도 경제, 미래 열쇠는 ‘중소기업’

룸키 마줌다르 딜로이트 인도 이코노미스트 2023. 11.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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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가 이제 태양 관측에 나섰다. 8월 23일(현지시각)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지 한 달도 안 돼 태양 관측용 인공위성 아디티아 L1을 발사했다. ‘아디티아’는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을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인도는 태양 관측 위성을 쏘아 올린 다섯 번째 국가로 기록된다.

인도가 두각을 드러내는 부문은 우주과학뿐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7년 인도가 국내총생산(GDP) 5조달러(약 6760조원)를 넘어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는 2047년까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고자 하는 야심이 있다.

룸키 마줌다르 딜로이트 인도 이코노미스트인도과학원(IISc) 경제학 박사

딜로이트 추정에 따르면, 2027년 3위 경제국이라는 이정표에 도달하려면 매년 성장률이 6.5%를 넘어야 한다. 그다음 이정표인 2047년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연간 8~9% 성장률이 필요하다. 최근 인도 경제의 활황은 적어도 단기 목표는 달성할 것이라는 긍정론에 힘을 싣는다. 우주선 발사와 같이 초반 몇 년간의 성장 속도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고속 성장 궤도에 올라서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딜로이트는 인도 ‘24 회계연도(FY) 1분기(2023년 4~6월)’의 양호한 GDP 성장률(7.8%)을 감안해 FY24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에 제시한 6.0~6.5%에서 6.5~6.8%로 상향 조정한다. 특히 11월 ‘빛의 축제’ 디왈리 관련 소비지출이 늘어나고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재정지출이 확대되며, 성장률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FY25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세계경제도 회복하면서 6.5%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세계경제 둔화 시기를 헤쳐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인도는 특히 내수를 진작해 민간 지출 및 투자 지출을 활성화해 경제성장의 화력으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 인도는 소비자 기반 규모가 크고 소득이 증가하고 있으며, 인구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인 젊은 층의 소득 상향 욕구가 강해 민간 지출이 급성장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또한 인도는 풍부한 스킬과 인력, 기술 및 혁신 역량 등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무대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이번 전망에서 딜로이트는 인도의 중소기업(MSME)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인도 경제의 모든 부문을 아우르는 소비와 투자의 지속적 성장에 필요한 소득, 역량, 능력, 생태계를 창출하는 핵심이 바로 중소기업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인도 중소기업은 비용 효율적 방식으로 혁신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MSME 부문이야말로 인구 배당 효과와 중산층 확대의 잠재적 이점을 실현시켜 줄 열쇠다.

중소기업이 경제 불균형 해소와 소득분배의 열쇠

인도 내 중소기업 숫자는 FY23 말 기준 7500만 개로 추산된다. 또 MSME 부문은 인도 GDP의 약 30%, 상품 수출의 43.6%, 일자리 1억2300만 개를 기여했다. 특히 MSME 부문은 농촌 및 저소득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는 데 강점을 지니고 있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평한 소득분배를 실현하는 열쇠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인도는 민초 단계의 소득 창출과 농촌→제조업·서비스업으로의 노동인구 전환이 필요한데, MSME 부문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상당수 중소기업이 인도 GDP의 57%를 차지하는 서비스 부문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서비스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면 소득과 GDP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MSME 부문도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구조적 문제로 공식 신용 채널에 대한 접근 제한, 스킬 및 기술 격차, 인프라 부족, 복잡한 세금 제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운영 효율성이 떨어지고 규모 확대가 어려워지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도 제한된다. 또 인도 중소기업들은 상품 가격 변동성, 세계무역, 중국의 덤핑 수출, 변화하는 규제 및 표준 등에도 취약하다. 최근에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급작스럽게 유동성이 고갈되고, 노동자가 이동하고, 재화 수요가 감소하고, 계약이 취소되고, 물류와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MSME 부문이 큰 타격을 받았다.

다행히 인도 MSME 부문은 위기를 이겨내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FY24 1분기 MSME 부문의 대출 수요가 33% 증가했고, MSME에 대출을 시행한 모든 종류의 은행과 대출받은 MSME의 부실 자산이 줄면서 대출 연체 건수도 줄고 있다.

첨단기술, 인도 중소기업 부문 지형 바꾼다

인도 중소기업들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과제를 극복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많은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또 생존을 위해 디지털 서비스를 도입했다. 특히 디지털 결제가 현금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2020~2021년 팬데믹 기간 결제 건수의 72%가 디지털로 이뤄졌으며, 현금 결제는 28%에 그쳤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예측 능력을 강화한 경우도 있고, 자동화와 로봇 기술을 활용해 운영 프로세스 간소화, 비용 절감, 지속 가능성 개선 등 성과를 이뤄낸 중소기업들도 적지 않다. 또한 임베디드 금융과 계좌통합조회 서비스 등 첨단 핀테크 덕분에 MSME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신용 접근 제한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기업들의 소액 대출에 채무 보증을 제공하기 위해 시행됐던 긴급신용보증(ECLG)과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제도 등 정책 이니셔티브도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는 ECLG 덕분에 중소기업 미상환 대출 중 12%의 부실 자산화를 막고, 1650만 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원료 의약품, 통신, 섬유, 의료 기기, 가전제품, 무인기, 식품 가공 등 부문에서 약 176개의 중소기업이 PLI 제도의 직접적 수혜를 입었다. 청정에너지, 전기 모빌리티, 반도체, 식품 가공, 국방, 우주 등 신생 산업도 MSME 부문에 새로운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인도 MSME 부문은 최근 수년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 중소기업 수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상당수 중소기업이 더욱 큰 가치사슬과 통합을 강화하면서 중견 기업으로 거듭났다.

중소기업의 빠른 성장, 경제 회복력 강화

인도 경제에서 MSME 부문이 이처럼 중요하므로, 정부는 적절한 정책 및 제언으로 MSME 부문이 직면한 과제를 극복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절차 수립, 인프라 병목현상 해소, 수출 장려, 디지털화 촉진 등에 나서면 중소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 수출 성장 효과가 극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일괄적 접근법보다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별개로 접근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지원은 품질 표준을 상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들에 어느 정도의 독점을 허용하고, 이들의 지식재산, 발명 및 디자인 특허 등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혁신과 기술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공용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사업과 고객 기반을 확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이 있다. 향후 수년간 인도의 각 중소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 전체 경제에 시스템적 영향을 미쳐 더욱 강력한 성장이 이뤄지고 회복력이 강화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인도는 태양을 향한 여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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