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54> PGA투어 다이어리, 코스모폴리탄 잰더 쇼플리] 독일·프랑스·일본 피 섞인 미국인…“골프 세계화 도움 될 것”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2023. 11. 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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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잰더 쇼플리(가운데). 2 도쿄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참가한 잰더 쇼플리. 사진 PGA투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7승을 거뒀고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골프 금메달리스트인 잰더 쇼플리(30)는 세계를 내 집처럼 여기는 코스모폴리탄(세계인)이다. 그는 가족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난 프랑스 혈통이 섞인 독일인이고, 동생 니코도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다. 일본계인 어머니는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부터 일본에서 자랐다. 그래서 대만과 일본에 모두 친척들이 살고 있다. 대학 동창으로 7년 열애 끝에 결혼한 아내 마야의 어머니도 일본인이다. 그는 한때 ‘준우승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다녔다. 2017년 PGA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2019년 1월까지 투어 통산 4승을 올렸다. 하지만 그 후 2년이 넘는 기간 마스터스, 투어 챔피언십 같은 큰 대회를 포함해 준우승만 8번 했다. 그랬던 그는 결혼 두 달 만인 2021년 8월에 열린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고 2022년 PGA투어에서 3승을 추가했다.

2020년 조조 챔피언십 연습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가운데)와 연습을 하는 잰더 쇼플리(오른쪽). 사진 PGA투어

다양한 문화의 혈통을 이어받은 그는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일본 지바현 나라시노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PGA투어 조조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사실 쇼플리는 PGA투어 가을 시리즈 대회에 참가할 이유가 크지 않다. 그는 2022-2023시즌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을 준우승으로 마쳤다. PGA투어는 내년부터 1월에 시작해 12월에 끝나는 단년제로 바뀐다. 그래서 가을 시리즈라 불리는 7개의 대회는 아직 내년 시드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들과 시그니처 대회(특급 대회)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9월에 끝난 플레이오프까지 50위 이내에 든 선수들에게는 내년 시그니처 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PGA투어를 통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어느 곳에서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누리는 쇼플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잰더 쇼플리의 부모,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사진 PGA투어

2년 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했다.
“도쿄 올림픽 이전 여러 차례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다. 우승 갈증을 푼 것 이상으로 올림픽은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꿈을 갖고 골프를 했다. 아버지는 20세 때 10종 경기 선수로 독일 대표팀에발탁됐지만, 음주 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에 치여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올림픽 출전 꿈도 물거품이 됐다. 다른 어떤 것보다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싶었다. 아버지와 함께 메달을 따기 위해 오랜 시간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쳤다. 올림픽 메달을 꼭 아버지에게 드리고 싶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뤘을 때 골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정말 기뻤고 행운이라는 감격이 들었다(아들이 시상식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아버지 슈테판은 눈물을 흘리며 지켜봤다).”

가을 시리즈 기간 톱 랭커 대부분이 휴식을 갖는데, 아시아 일본에서 열린 조조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매년 일정표에 이 대회를 꼭 적어둔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뵐 기회다.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우리를 보러 샌디에이고에 올 때마다, 항상 가방에서 일본의 향기가 났던 것이 기억난다.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본에 올 때마다 일본 문화와 사람들의 친절하고 존중하는 모습에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여전히 외가 쪽 삼촌, 이모, 사촌들도 이 근처에 살고 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일본을 자주 방문했고, 이곳의 문화와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즐겼다. 이곳 사람들은 본인들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이 강한 것 같다. 나는 그런 것들을 매우 존중하려고 한다. 나와 내 가족 모두에게 이곳 일본은 매우 특별한 곳이다. 나는 내 뿌리의 일부를 이루는 이곳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항상 이곳에 올 때마다 큰 행복을 느낀다.”

조조 챔피언십은 2019년 타이거 우즈가 PGA투어 통산 최다승인 82승째를 거둔 곳이다.
“2019년 타이거 우즈가 우승한 해에 조조 챔피언십에서 처음 경기한 기억이 난다. 첫 두 라운드를 저스틴 토머스, 로리 매킬로이와 한 조에서 경기했다. 첫 홀에서 5~10겹으로 서 있던 팬들이 우리를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우리 이름이 발표되자 모두 메이저 대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일본 팬들은 골프를 정말 좋아하고,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존중하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 같다. 이런 점이 정말 놀라웠다.”

나라시노 컨트리클럽은 미국의 PGA투어 대회 장소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일본 골프장은 일반적으로 훨씬 더 타이트하고, 페어웨이가 좁으며, 전체적으로 코스 관리가 아주 잘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이것이 표준처럼 되어 있다. 이곳에서 골프를 해본 적이 없다면,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는데, 이곳 일본 사람들은 완벽한 것을 좋아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코스를 관리하기 때문에, 시합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대회 코스는 매우 까다롭다. 매우 어려운 파 4홀이 5개 정도 있는데, 그 홀들에서 일주일 동안 파를 지키고, 나머지 골프 코스에서 계획한 대로 경기한다면 꽤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린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경사가 심해서, 처음 몇 번의 연습 라운드에서 그린을 서너 개 정도 놓쳐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벌써 내년이면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한다.
“아버지의 뿌리가 있는 프랑스도 우리 가족에겐 인연 깊은 땅이다. 내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다시 한번 메달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 외에도 세계 다른 곳에서 골프의 인기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경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본에서도, 프랑스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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