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달라진 與, ‘혹시’가 ‘역시’ 되지 않으려면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 편입’으로 민주당을 눌렀다. 선거를 앞두고 이슈 선점이 중요한데 ‘윤핵관 불출마’로 이슈 선점을 이어갈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도부·중진·친윤(親尹)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하자마자 한 말이다. 존재감이 없던 집권여당이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이슈 선점에서 연이어 누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국민의힘이 달라졌다. 당 지도부의 존재감도, 집권여당으로서의 영향력도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던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기점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연일 정책 공약을 내세워 이슈몰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른바 ‘메가시티 서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나서 김포 서울 편입론을 띄우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민주당에서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입장을 내놓는 순간 여당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부담감 탓이다. 국민의힘은 메가시티 서울에 이어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내놓으며 정책 공약 주도에 나섰다.

정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연일 정치권의 관심은 인요한 위원장의 입으로 향한다. 강서구청장 선거 이전의 국민의힘이 각종 민주당 이슈에 묻히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문제는 본경기가 지금부터라는 점이다. 여당이 변화에 얼마나 진실성 있게 화답하느냐에 따라 민심은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 당장 인 위원장이 던진 ‘지도부·중진·친윤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이 ‘정치인의 희생’을 키워드로 내놓은 권고에 나흘 동안 결단을 내린 국민의힘 의원은 아직 한 명도 없다. 김 대표는 침묵을 지켰고, 친윤계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지도부가 나서 “당의 모든 분야를 혁신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선언한 혁신위의 진단이 무시당한다면 ‘혹시?’ 했던 국민도 ‘역시’라고 느낄 뿐이다.

정책 공약도 총선이 5개월 남은 상태에서 제안된 만큼 앞으로 어떻게 진척시키느냐에 따라 민심은 바뀔 수 있다. 여야 모두 위기 때마다 혁신위를 띄운 만큼 역사는 유구하고, 사라진 혁신안은 수도 없이 많다.

변화와 혁신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실천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정책 공약도, 혁신위의 당 혁신도 제대로 된 실천이 뒷받침돼야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실컷 띄워둔 ‘혹시?’라는 기대감은 민심의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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