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커버링' 외국인 1.2조 샀지만···'셀 코리아' 우려도 커졌다
외국인 넉달만에 순매수 전환 불구
2차전지 등 '공매도 되갚기' 영향 커
달러약세 맞물려 단기상승 전망 속
정책 신뢰 훼손에 韓증시 매도 압력
당국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 강조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한 첫날 2차전지 업종이 일제히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고평가 인식 속에 공매도 잔액이 높았던 2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한 매수) 효과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했다. 다만 이는 단기적 영향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에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이번 조치가 불법 공매도가 만연한 상황 속에 개인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각각 코스피(7115억 원)와 코스닥(4702억 원) 시장에서 총 1조 1817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순매수로 월간 기준 4개월 만에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연속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다. 8월 7540억 원, 9월 2조 2811억 원, 10월 3조 3889억 원으로 매달 순매도 폭을 키워갔다. 그러다 이날 기준 11월은 1조 5220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수를 견인한 것은 2차전지 업종이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9만 1500원(22.76%) 오른 49만 35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7일 상장 후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이다. 외국인은 LG엔솔을 하루 동안 1190억 원 순매수했다. POSCO홀딩스(005490)(19.18%), 삼성SDI(006400)(11.45%), 포스코퓨처엠(003670)(29.93%)도 급등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투자자 거래가 많은 에코프로비엠(247540)(30.0%)과 에코프로(086520)(29.98%)가 상한가로 마감했다. 엘앤에프(066970)(25.3%)와 후성(093370)(7.97%), 금양(001570)(29.97%) 주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코스피 주요 업종별 지수를 봐도 2차전지 종목이 많이 포함된 철강금속이 12.63%, 화학이 8.16%로 큰 폭 올랐다.
2차전지 주가가 큰 폭으로 뛴 것은 공매도 금지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최대 화두는 공매도 금지 조치였다”며 “공매도 잔액이 많았던 2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쇼트커버링 효과가 나타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 전망은 단기 ‘긍정’, 중·장기 ‘부정’으로 요약된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공매도 금지는 주식시장 수급에 긍정적 요인이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 후 실질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며 위험 자산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이다. 우선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공매도가 금지됐던 3개월 동안 개인은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순매도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금지 기간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식시장의 투명성 저해라는 관점에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편입 가능성이 떨어지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MSCI 선진지수 편입은 사실상 확률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쇼트커버링 효과가 장기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공매도 잔액이 남아 있는 동안은 쇼트커버링 등에 의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지만 지속되긴 힘들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의 공매도 잔액은 연초 9조 3606억 원에서 이달 1일 11조 4270억 원으로 2조 원가량 증가했다. 시총 대비 비중은 0.53%에서 0.62%로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논의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섣부르게 결정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특히 누군가 얘기해서 (금융 당국이) 아무 검토 없이 갑작스럽게 발표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큰 오해”라며 “수개월 전부터 점검을 거쳐 공매도 금지를 결정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원장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100개 이상 종목이 불법 공매도 대상으로 확인됐다”며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 금지를 두고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건 시장 조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거용 정책이 아닌 개인투자자의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결단이었다는 설명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을 두고도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공매도 제도도 정비할 계획이다. 현재 120%인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외국인 기관과 동일한 105%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법 공매도를 근절할 시스템을 구축해 개인투자자 신뢰도 회복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날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시키고 글로벌 IB 10여 곳의 공매도 실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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