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BTS도 당했다’ 지상파 갑질 마침표···MBC, 하이브에 ‘백기투항’

이선명 기자 2023. 11. 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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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왼쪽)과 MBC 상암 사옥. 경향신문 자료사진



콧대 높던 지상파 방송사 MBC가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 하이브를 향한 사과에 이어 ‘갑질 근절’을 토대로 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하이브는 6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박지원 하이브 CEO와 안형준 MBC 사장이 참석한 양해각서 체결식이 진행됐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달 30일 MBC 사옥을 방문해 안형준 사장과 만나 양사간 화해가 성립된 것에 이어 양해각서 체결식까지 이뤄지며 MBC가 자세를 굽힌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MBC와 하이브의 불화는 2019년 이후 꾸준히 불거진 연예계 화두였다. 양사간 불화가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2018년 12월 MBC ‘가요대제전’에서 하이브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무대에 출연하기 위해 해당 일정을 불참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미국 일정을 위해 MBC에 ‘가요대제전’ 사전 녹화를 제안했지만 MBC가 이를 거부했다. 방탄소년단은 KBS와 SBS 연말 가요 프로그램은 모두 소화한 뒤 출국했다.

방탄소년단의 ‘가요대제전’ 불참 이후 MBC의 응징이 뒤따랐다. 그룹 투모로우투게더와 여자친구 등 하이브 소속 가수들이 MBC의 가요 시상식, 음악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두 자취를 감췄다.

하이브도 맞불 전략을 펼쳤다. MBC ‘가요대제전’에 열리는 12월 31일 하이브 소속 가수들을 모아 합동 콘서트를 펼친 것이다. 이에 따라 하이브 가수들은 모두 MBC 가요 시상식에 불참하고 자사 콘서트에 참석했다. 반면 KBS와 SBS의 연말 일정은 변경 없이 소화했다.

연말 가요 시상식뿐 아니라 MBC의 음악 방송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서도 하이브 소속 가수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례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5월 하이브(당시 빅히트뮤직)에 인수되면서 소속 그룹 세븐틴 또한 모든 MBC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숨겼다. 뉴이스트, 프로미스나인 등의 그룹도 같은 맥락에서 MBC를 떠났다.

반면 하이브 소속이었다 다른 소속사로 이적한 가수들은 MBC에 재출연하기 시작했다. 비비지, 여자친구 출신 유주, 예린, 뉴이스트 출신 종현 등이 해당 가수들이다.

하이브와 MBC간의 불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피로감을 호소한 이들은 팬들이다. 하이브 소속 가수를 배제해왔던 MBC는 물론 소속 가수들로 따로 콘서트를 진행했던 하이브에도 부정적 견해가 쏟아졌다.

결국 MBC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사실상 자신들의 ‘갑질’도 모두 시인했다. 안형준 사장은 지난달 30일 방시혁 의장은 만나 과거 잘못되고 낡은 제작 관행들 때문에 상처받았을 아티스트들에 대한 유감 뜻을 밝히고 선진적 제작 관행 정착 위한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만이 아니다. 아티스트들이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제작진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한참을 대기하는 등 관행 등이 지적되며 그간 당연시 돼 왔던 ‘방송사·제작진 갑질’도 거론됐다.

지상파 방송사의 갑질은 어제 오늘 떠오른 문제가 아니다. 아티스트 처우뿐 아니라 이들의 출연 여부를 쥐고 이어지는 방송사 또는 제작진의 갑질은 수십 년간 꾸준히 지적됐던 화두였다.

일례로 최근 가수 임영웅이 KBS에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합리하게 KBS2 음악방송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월등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1위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지난달 복귀한 임영웅은 자신의 음악방송일정에서 ‘뮤직뱅크’를 제외했다.

MBC와 하이브의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그간 지적됐던 방송사의 갑질 등을 명확히 적시했다. MBC와 하이브는 ▲방송사의 지위를 이용한 프로그램·시상식 등의 출연 강요 ▲일방적인 제작 일정 변경 요구 ▲상호 협의 없는 출연 제한조치 등을 언급하며 근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 소속 가수들 또한 내년부터 MBC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와 대립각을 세웠던 MBC가 태세전환을 함에 따라 그간 방송사에 뿌리 내렸던 관행 등도 업계에서 사라질 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연예기획사 임원은 “시대가 달라졌다. 플랫폼의 다각화에 따라 방송사와 대형 연예기획사 간의 권력 관계가 뒤바뀐지는 이미 오래”라며 “MBC 입장에서 글로벌 인기 아이돌이 다수 포진한 하이브를 계속 제외하기도 부담으로 느꼇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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