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에 눌렸던 종목 예상보다 많아 … 연말랠리에 베팅
'2차전지 대장' 에코프로 상한가
포스코퓨처엠·LG엔솔 등
공매도 비중 높은 종목 급등
성장주에 매수 몰리며
삼성전자·기아·SK텔레콤 등
고배당·대형주 상대적 부진
◆ 공매도 한시 금지 ◆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6일 장 초반부터 개인들 매수세로 주가가 폭등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난 5일 개인투자자들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겠다며 조치에 나서자 일단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불법 공매도 단속 실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연한 금융당국의 의지가 확인될 때마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증시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개인들이 장 초반 주로 매수한 종목들은 그동안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에 공매도 거래 빈도가 높았고, 이에 따라 지난달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2차전지와 제약·바이오 업종이었다.
오전 주가 상승에 따라 공매도 숏커버링(빌린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주식 매수)이 가속화되면서 개장 직후부터 증시는 계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4일(현지시간)까지 뉴욕 증시에서 2거래일 연속 반등이 나온 가운데 원화값 상승 등 유리한 거시경제 변수가 나타나면서 기관과 외국인 자금 유입을 이끌어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들은 낙폭 과대주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배당주 등을 매도했다.
코스닥이 7% 이상 오른 것은 2008년 이후 세 번째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로 9.2%(3월 20일), 8.26%(3월 24일) 오르기도 했지만 이때는 전일 급락에 대한 기술적 반등에 가까웠다.
이날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강력한 촉매제가 돼 주가 급등이 나타난 것이다. 이날 포스코퓨처엠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LG에너지솔루션이 22.8%, 삼성SDI가 11.5% 오르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두 대장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엘앤에프는 25.3% 급등했다. 오히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율이 7.8%로 가장 높은 호텔신라는 전 거래일 대비 5.9% 올라 지수 수준의 상승폭을 보였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나 2차전지 관련주들은 시총 대비 공매도 잔액 비율이 낮아 보일 수도 있으나 유통주식 수에 비해선 잔액이 많은 편이라 공매도 금지가 투자심리 회복에 끼친 영향이 컸다"면서 "특히 2차전지 관련주들은 그동안 낙폭이 크고 시총 상위주여서 프로그램 매매 성격의 지수 추종 자금이 들어오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수급이 2차전지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종목들은 급등장에서 소외됐다. 특히 순환매로 인해 기관·외국인 비율이 높은 고배당·대형주 주가는 지수를 밑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전 거래일 대비 삼성전자 1.9% 상승, 기아 1.8% 상승, SK텔레콤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2차전지와 포스코 관련주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장지수펀드(ETF)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ACE 포스코그룹포커스'는 지난달 17일 출시 직후 포스코그룹주들의 주가 조정이 본격화돼 계속 내리막길을 걷던 ETF였다.
그러나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3.5% 올라 그간의 부진을 모두 만회하고 투자자들은 모두 수익을 보게 됐다. 반면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 ETF는 최근 주가가 급상승세를 타다 하루 만에 23.1% 떨어져 9월 12일 상장된 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향후 관심은 신규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기존 공매도에 대한 숏커버링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냐다. 기존 공매도에 대해선 포지션 청산 의무가 없는 만큼 주가가 올라야 숏커버링이 이뤄진다.
가격이 급등한 2차전지주 외에 다른 업종에선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여전히 반도체 위주로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있으며 대외 변수 안정 효과까지 감안하면 시장이 안정된 가운데 숏커버링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코스피 공매도 잔액은 11조4000억원으로 연초 잔액인 9조4000억에서 늘어난 수준이며 줄어들 여지가 있다"면서 "최근 공매도 잔액 비율이 높아진 종목에서 숏커버링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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