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친위대’ 검찰, 윤 대통령 아니면 명예훼손 수사했겠나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이다. 그 사람이 검찰총장 출신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전문성 등을 검증하는 언론 보도는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니고서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의혹 제기 기자를 수사하고 이를 빌미로 정권이 언론을 처벌하면 국민 알권리는 형해화하고 민주주의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2021년 10월부터 보도한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 등 기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검증했다.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한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 등은 1100억원대에 이르는 사업 초기 자금을 부산저축은행에서 끌어왔다. 부산저축은행 회장 인척인 조우형씨가 그 대출을 알선하고 10억3000만원을 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며 조씨의 알선수재 건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당시 조씨는 김만배씨 소개로 ‘50억 클럽’ 중 한 명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그로부터 4년 뒤 수원지검은 조씨를 기소했고, 조씨는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경향신문 보도는 지극히 합리적인 문제제기였다. 기자에게 수사권이 있는 게 아니어서 제보받은 사항을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확인했다. 누차 밝히지만, 경향신문은 해당 기사를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윤리를 위반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경향신문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2011년 중수부 수사에 ‘셀프 면죄부’를 주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 자택을 최근 압수수색했다. 취재 과정에서 대검 중수부의 부실수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사전에 알았고, 그것이 허위라는 인식이 명확하게 있는 상태에서, 윤 대통령 명예를 훼손하고 대선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도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 하고 있다.
검찰 수사는 절차적으로도 중대한 흠결이 있다.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명예훼손 사건은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자신이 만든 하위 법규인 대검 예규를 적용해 경향신문 보도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단순히 꼼수 수준을 넘어 검찰권을 오남용한 위법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사이의 돈거래 의혹과 경향신문 검증 보도가 관련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명예훼손 혐의는 반의사불벌죄다.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기소할 수 없다. 이번 수사는 ‘용산’의 하명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검찰은 경향신문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경향신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쪽은 윤 대통령과 검찰이다. 검찰이야말로 이번 수사가 언론 자유를 짓밟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여타 언론의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해, 10여명의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해 2개월 넘게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이 아니라면 검찰이 대선 후보 검증 보도를 범죄시하고 명예훼손 수사를 했겠는가. 중립성을 상실하고 ‘정권 친위부대’로 전락한 검찰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검찰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대한 편법·과잉 수사를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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