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했지만..." 접점 없던 '김태형 사단'으로 컴백, 주형광 코치는 롯데를 어떻게 바꿀까
[OSEN=조형래 기자] “당황했지만 돌아오고 싶었다.”
롯데 자이언츠 주형광 투수코치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롯데로 복귀했다. 시즌으로 따지면 5시즌 만에, 2024시즌부터 롯데에서 투수코치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달 20일 김태형 감독을 공식 선임한 롯데는 이후 김태형 감독, 그리고 부임 예정이었던 박준혁 신임 단장과 함께 발빠르게 코칭스태프 구성을 시작했다.
김태형 감독과 함께했던 지도자들이 속속 김태형 사단에 합류했다. 김민재 고영민 김주찬 유재신 코치는 김태형 감독이 두산 감독 시절부터 함께한 코치들이었다. 김민호 코치는 과거 OB 선수시절 함께했던 선후배 사이였고 벤치 코치 역할을 맡게 되는 김광수 코치는 김태형 감독의 지도자 선배이기도 하다.
그런데 투수파트를 맡게 된 주형광 코치는 김태형 감독과 특별한 접점이 없었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통산 87승을 거둔 좌완 레전드 출신이다. 2008년 지바 롯데 지도자 연수를 받은 이후 11년 동안 롯데에서만 코치를 맡았다. 1군과 2군, 재활군까지 오갔다. 그러나 2019년을 마지막으로 주형광 코치는 롯데를 떠나야 했다.
이후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무대 지도자로 활동했다. 고려대 인스트럭터를 맡았고 2021년부터는 양정초등학교 감독을 맡으며 유소년 야구 발전에 힘을 쏟았다. 그러다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투수코치를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민 끝에 이를 수락했다.
주형광 코치는 “야구장에서 뵙고 인사드릴 정도의 인연이다. 연락이 왔을 때 당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 속해 있었고 어린 친구들이 저를 보고 학교(양정초)로 온 친구들도 많았다. 그래서 고민했다”라고 롯데 코치직 제안 당시 고민을 설명했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 한 켠에는 프로야구 지도자로 복귀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그래도 돌아오고 싶은 욕심이 컸다.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설명했다. 11년 간의 프로 지도자 생활에 대해 반성도 많이 했고 지도자로서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했다. 그렇기에 현장 복귀의 의지가 강했다.
4년 만에 돌아온 롯데, 그리고 상동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지금 훈련하는 친구들 중에 예전에 함께했던 친구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새롭다”라면서 “지금 지도하고 있는 친구들이 1.5군 2군 전력이라면 팀이 정말 좋아진 것이다. 평균적인 능력치를 봤을 때는 4~5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신체적인 부분들도 좋아졌다. 상동에서 운동하는 환경이나 선수들을 백업할 수 있는 시스템들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라고 달라진 롯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롯데 투수진은 썩 발전했다고 볼 수 없다. 아직 정체된 선수들이 많다. 구승민 김원중 박세웅 등 주 코치와 함께했던 과거의 유망주들은 이제 1군 주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전반적인 발전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의 유망주들은 다소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한 모양새. 대표적인 게 2021년 2차 1라운더 김진욱이다. 그는 “지금 메커니즘을 교정하고 있는 선수다. 기대치가 큰 선수이고 잘했던 선수다. 자기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기술적인 것인지 심리적인 것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조급함과 주목도,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 등이 앞서다 보니까 안 좋은 결과가 반복되는 것 같은데 시간을 갖고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4년 간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벗어나 있었던 주형광 코치다. 이 4년의 기간 동안 무엇을 느꼈을까. 그는 “계속 야구를 봤다. 경기를 보면서 ‘저건 왜 안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최근 어린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지도방식을 계속 고민했다. 그는 “자기 개성이 강한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선수들을 다그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이해시키는 게 맞는지를 풀어가는 게 고민이고 문제다”라면서 소통의 기술에 대한 점을 고민했다고.
이어 “기술적인 문제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신체적인 부분에 비해 기량적인 부분은 예전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라면서 “한계치에 올라와서 더 올라서야 하는데 거기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무난하게 운동을 하다 보니까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이 지점을 어떻게 풀어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과의 의기투합을 해야 하는 부분도 이 대목. 그는 “선수들과 의식을 함께 바꿔야 할 것 같다. 선수들에게 맞추기 보다는 우리 팀의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팀을 위해서 해야 할 부분들을 선수들과 함께 잘 조율해서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선수 개인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팀을 위하는 것보다 개인을 위한 모습들을 많이 봤다. 몸이 안 아픈 것은 당연하지만 팀을 위해서 어떻게 다 같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대화로 풀어가야 할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장선으로 어린 선수들의 한계를 끌어내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움직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1군에서 계속 활약한 선수들은 자신의 루틴이 있지만 어린 친구들은 우리가 끌고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군에서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은 끌고 가는 게 필요하다. ‘형들이 하니까’ 나도 이렇게 해도 된다는 생각들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한 팀에서 모두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 역시도 책임감을 갖고 그동안 어떤 점이 잘 안됐는지를 공부해서 준비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4년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주형광 코치의 생각과 지도관도 바뀌었다. 조금 더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표현하겠다는 다짐했다. 10년이 넘는 프로 지도자로 활약했던 시간을 ‘안일하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전에는 1군에 있을 때 선수들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개인적인 성향들을 인정해주려고 했다. 알아서 하게끔 했다”라고 되돌아보면서 “그동안 안일하게 생각했다. 코칭스태프로서 만들어야 하고 끌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제는 감독님의 생각들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또 제가 잡아주면서 하려고 한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선수들에게 알려주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제가 몸과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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