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대만 점령 시나리오는 5개···압박부터 전면침공까지"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저자 할 브랜즈 교수, 블룸버그 기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가 대만을 점령하기 위해 향후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를 분석한 서방 전문가의 칼럼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자사 칼럼니스트인 할 브랜즈 미국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교수가 쓴 '중국은 대만을 어떻게 점령할까? 5가지 전략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브랜즈 교수는 마이클 베클리 미국 터프츠대 교수와 공동으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펴낸 중국 전문가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분쟁이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올해 대만해협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지만 내년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대만의 내년 1월 총통선거 직후 중국 정부는 군사력을 포함해 막강한 힘을 과시함으로써 대만의 새 정부 길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대만 해협의 위기가 고조될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연일 '통일전쟁 리허설'로 평가되는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브랜즈 교수는 이를 가장 최근의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당시 많은 관측통은 '시진핑에게 대만을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평가를 내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시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준비할 것을 자국군에 지시했다는 정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중국의 대만 침공 여부와 시기 등을 놓고 미국에서 '관측 게임'이 시작됐는데, 브랜드 교수는 침공 여부와 시기 못지않게 어떤 방식이 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랜즈 교수는 이에 대해 ‘침공하느냐 안 하느냐의 이분법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대만을 쥐어짜고 정복할 수 있는 최소 5가지의 전략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이 구사할 수 있는 첫번째 전략으로 “전쟁의 문턱 바로 아래 수준까지 강제적 압박을 체계적으로 가하는 것”을 꼽았다. 이 전략은 중국이 수년 전부터 구사하고 있는 전략이다. 중국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과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 허위 정보 유포, 사이버 공격, 대만에 대한 외교적 고립 전략 등이 포함된다.
시 주석이 원하는 것은 “평화적인 통일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지만, 이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브랜즈 교수는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이 대만을 압박함으로써 대만 내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약화하고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 홍콩에 대한 시 주석의 무자비한 탄압 이후 오히려 통일을 지지하는 대만인은 줄어들고 대만의 독특한 정체성은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즉 시 주석이 국제사회의 대만에 대한 지원을 막을수록 결과는 미국이 무기 판매를 늘리는 등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3자 구도에서 1위를 달리는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내년 총통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시 주석의 '전쟁 없는 압박'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브랜즈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만간 시 주석이 대만의 일부 섬을 장악하는 것을 포함해 수위가 높은 다른 옵션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만은 포모사란 별칭을 가진 본섬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진먼다오, 마쭈 열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195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의 군대는 두 섬을 포격해 미국과의 위기를 촉발했으나 결국 점령에 실패한 바 있다.
중국이 진먼다오와 마쭈 열도 침공에 나선다면 대만과 미국을 딜레마에 빠뜨릴 개연성이 있다고 브랜즈 교수는 전망했다. 이 섬들은 중국에서 매우 가까워 대만이 방어하기 쉽지 않은 데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방어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 연안의 섬들을 차지한다고 대만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미군을 대만 본섬에 주둔하게 함으로써 중국의 침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브랜즈 교수는 예상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세번째 옵션은 봉쇄다.
이 시나리오에는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한 물리적 검역부터 대만에 접근하려는 선박에 대한 공격적인 세관 검사, 주변에서의 미사일 발사 시험, 금융기관, 경제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봉쇄는 섬 점령과 달리 이론적으로는 선제공격을 동반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수입식품, 연료, 필수품 등을 끊어 대만인의 생존을 위협함으로써 중국과의 통일을 수용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즈 교수는 "봉쇄는 마법의 무기가 아니다"라며 봉쇄 전략이 시행되면 미국의 군대 배치, 보급품 제공, 미국 동맹국들의 대응 등이 따라올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선택할 네번째 옵션으로는 폭격이 꼽혔다.
폭탄과 탄도미사일로 폭격에 나선다면 대만의 항구와 도로망이 파괴돼 봉쇄 효과를 강화하고 대만 해군과 공군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이 폭격으로 많은 목표물을 파괴하더라도 시진핑이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 즉 대만 정부와 국민이 중국에 항복하도록 설득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게 브랜즈 교수의 시각이다.
오히려 중국의 대만 폭격이 길어질수록 국제적 분노는 더 커지고 미국과 다른 국가의 개입 가능성도 커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막 옵션은 전면 침공이다.
본격적인 침공은 대만의 군대와 주요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파괴 행위, 대만 지도자 암살 시도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괌과 일본의 미군 기지와 서태평양의 항공모함에 대한 기습 미사일 공격으로 미군을 타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브랜즈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시 주석이 대만과의 대결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시 주석이 전면 침공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 친구들(동맹국)은 시진핑이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과정, 특히 결과가 가장 재앙적일 수 있는 과정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민주 인턴기자 mj010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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