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당뇨 환자식 171종, 여기서 만들어요"
고령화 대비 1천억 선제 투자
환자용 식사 다품종 소량생산
고혈압 식단도 연내 출시 예정
월 매출 전년 동기 대비 40%↑
지난달 31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현대그린푸드 스마트푸드센터. 위생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식품 공장답게 위생복과 위생모를 착용하고 전신을 소독한 뒤에야 생산라인에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적당한 크기로 잘린 채 입고된 양상추 등 식자재가 카메라와 레이저로 무장한 광학선별기를 거치는 장면이었다. 현대그린푸드는 다양한 식자재의 색상과 수분 함량 등을 데이터화한 뒤 카메라와 레이저로 이물질을 인식하고 강풍을 발사해 이물질을 제거했다. 또 재료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식감은 부드럽게 조리할 수 있는 포화증기오븐에서는 암 환자식에 포함되는 '어향칠리 가자미 구이'가 조리돼 나왔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겉보기에는 일반 음식과 똑같지만 질환자를 위해 전문적인 영양 설계를 거친 '메디푸드' 메뉴"라며 "포화증기오븐을 이용하면 잇몸으로 으깰 수 있을 정도로 식감이 부드러워 소화불량이 빈번한 암 환자가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처음 선보인 현대그린푸드의 메디푸드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메디푸드란 적절한 영양 섭취가 필수인 암, 당뇨 등 환자들이 간편하게 식이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정한 질환별 표준 제조기준에 맞춰 개발된 특수의료용도식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당뇨, 암, 신장(투석·비투석), 고혈압 5개 질환에 대한 메디푸드를 판매할 수 있다.
평균수명 증가와 인구 고령화로 식단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젊은 세대에서도 만성질환자가 많아져 메디푸드 수요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식약처에 따르면 메디푸드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1648억원으로 2019년(779억원)보다 2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당뇨와 암 환자 식단을 선보이며 메디푸드 시장에 뛰어든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월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신장했다. 8월과 10월에는 각각 투석 환자와 비투석 환자를 위한 신장질환 식단을 내놓았으며, 고혈압 식단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출시 초기 36종이던 메디푸드 식단 수를 171종(당뇨 식단 81종·암 환자 식단 52종·신장질환 식단 38종)까지 4배 이상 늘렸다. 국내 식품업계 중에서는 식약처가 인증한 메디푸드 식단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그린푸드가 메디푸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다품종 소량 생산과 소품종 대량 생산이 모두 가능한 스마트푸드센터를 구축한 덕분이다. 2020년부터 운영 중인 스마트푸드센터에서는 매일 각기 다른 메뉴 300여 종이 '오더메이드(주문 후 생산)' 방식으로 생산된다. 고객이 온라인 웹사이트 '그리팅 몰'에서 끼니 수, 배송일, 메뉴 등을 선택하면 제품을 집앞까지 배송해준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사업담당(상무)은 "일반 도시락과 달리 질환식 도시락은 영양 설계, 재료 선별, 정확한 계측 등 질환자별로 맞춰서 식단을 짜야 한다"며 "질환을 악화하는 식자재를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단조로운 식사에 지겨워하지 않도록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 메디푸드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푸드센터에서는 메디푸드 외에도 일반인이 건강 관리를 위해 먹는 '케어푸드' 등 가정간편식(HMR) 400여 종을 제조한다. 현대그린푸드는 질환자의 간편한 영양 관리를 돕기 위해 메디푸드 라인업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 상무는 "전체 메디푸드 식단 수를 올해 안에 30% 이상 늘려 230여 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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