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광물무기화에···풍력·태양광 비용 늘어 투자중단 속출
■글로벌 '화석연료 감축' 차질
세계 최대 해상풍력업체 오스테드
올 5.3조 손실에 프로젝트 2건 철수
英BP·노르웨이 업체도 사업 불투명
우크라·중동전쟁 탓 자원값 급등
재생에너지 목표도달 지연 가능성
인플레로 전기차 구매력도 낮아져
테슬라·GM 등 투자계획 잇단 축소
전 세계를 뒤흔든 고금리와 ‘두 개의 전쟁’이 기후위기에 맞선 주요 국가들의 ‘화석연료 감축’ 정책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비용 증가로 해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는가 하면 전쟁 및 분단에 따른 광물 무기화로 화석연료 대체 기술 보급이 지연돼 각국의 ‘탈(脫)탄소 시곗바늘’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상풍력·태양광, 중단 속출=6일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상풍력 업체인 덴마크의 오스테드는 미국 북동부 뉴저지주 앞바다에서 진행하던 2건의 에너지 공급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오스테드는 이들 프로젝트에서 올 1~9월 예상치를 훨씬 넘어 284억 덴마크 크로네(약 5조 3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나자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에서 공동으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영국의 BP와 노르웨이의 에퀴노르도 복수의 프로젝트에서 각각 5억 4000만 달러(약 7000억 원), 3억 달러(약 4000억 원) 상당의 손실을 계상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현재 뉴욕주에 에너지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협상이 순조롭지 않아 프로젝트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미국이 2030년까지 도입할 수 있는 해상풍력은 1640㎾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은 목표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7월에는 영국에서도 스웨덴 업체 ‘바텐폴’이 북해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태양광발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올 3분기 유럽에서 태양광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르는 태양광 설치 취소 속에 재고가 쌓여 수익이 악화했다.
◇고금리에 비용 눈덩이=재생에너지 업계의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심화한 고금리 환경과 인플레이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가 중인 주요 기업들은 2~3년 전 발전비용을 1㎾h당 7.7센트로 추정해 현지 전력 회사 등과 판매 계약을 협상했지만 최근 발전비용은 48% 급등한 11.4센트까지 뛴 상태다. 발전 장비나 항만 정비 비용, 인건비 등도 무섭게 올라 손실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여기에 계약 당시와 비교해 금리가 상승해 업체들의 이자 부담도 커졌다. 예컨대 오스테드가 뉴욕주 정부와 프로젝트 계약을 맺은 2019년 당시 금리는 2%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5% 이상으로 업체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업체들은 금융기관 대출을 바탕으로 대부분 초기에 몸집을 불려 양산 효과를 발휘해 가격을 낮추는 구조를 가져간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상승이 변수로 작용하며 손실을 키웠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의 클라우디오 데스칼치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최근 두 배로 늘어나 작업 수행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유럽 내 태양광 사업 전개 기업들도 중국으로부터 저렴한 태양광 패널을 대량 수입했으나 고금리로 가정 및 기업의 발전설비 설치가 정체되면서 재고 과잉과 이로 인한 손실이 늘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온난화 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왔다.
◇광물 무기화도 악재 요인=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분쟁 격화는 재생에너지 확대 지연의 또 다른 암초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 간 분쟁과 이에 따른 핵심 광물의 무기화가 자원 가격 상승을 초래해 2030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를 20~30%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흑연을 비롯해 화석연료 대체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희소 광물 수출에 제한을 거는 등의 방법으로 서방의 대(對)중국 제재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를 비롯해 탈탄소 관련 기술·제품 확대가 지연될수록 재생에너지 목표 도달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클린테크의 대표 산업으로 꼽히는 전기차의 투자 연기 및 철회도 잇따르고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대부분 전기차 판매량 성장 둔화지만 근본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속에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자동차 구매 부담이 커진 환경에서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현재 진행 중인 멕시코 생산 공장 건립 일정이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전기차를 40만 대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 계획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올해 전기차 부문에서 45억 달러(약 6조 원)의 손실을 예상하는 포드도 기존에 내놓았던 120억 달러(약 15조 6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기로 했다. 앞서 영국은 전기차 전환 계획을 기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연기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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