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취약층 요금감면 수요자 중심 전환을"

김나인 2023. 11. 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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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층 디지털 소외 문제 심각
공급자 중심 혜택만으로는 한계
美는 태블릿·노트북 구입비 지원
'보편 바우처' 사업도 지지부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앱)이 생활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통신 위주의 취약계층 요금감면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통신 요금감면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보편바우처'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계의 디지털 생활에서 '통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9.7%에서 지난해 55.5%로 낮아졌다. 반면, 콘텐츠·방송, 디지털 기기의 비중은 같은 기간 각각 7.6%에서 16.2%, 12.2%에서 27.4%로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재택근무와 원격교육, 온라인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디지털 서비스 이용 여부가 디지털 격차로 나타나며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필수재로 자리잡은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사회·경제 전반으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민 다수가 생활 정보 습득과 쇼핑·예약, 뱅킹·증권 거래 등의 생활 서비스를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 문제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인터넷·모바일 기술 등 디지털 서비스 경험률은 일반 국민에 비해 취약계층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청서비스의 경우 일반 국민은 경험률이 73.6%였지만, 취약계층은 51%에 불과했고 배달·구독 서비스에서 특히 취약계층의 경험률이 현저히 낮았다.

현재 이동통신사는 취약계층 대상 통신요금 감면에 나서고 있지만,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1년 기준 통신사업자가 부담한 전체 요금감면액은 1조1000억원 규모로 통신3사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재원을 기간통신사업자만 부담하면서 적용범위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기기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2021년부터 저소득층의 유·무선 인터넷 요금과 태블릿, 노트북 등 기기 구입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32억 달러(약 4조원)의 정부 예산으로 시행한 EBB(Emergency Broadband Benefit)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는 정부예산 142억달러(약 18조원)로 기금을 조성해 EBB를 대체해 ACP(Affordable Connectivity Program)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2017년 1월 '디지털 기술 전략' 정책안을 발표해 2025년까지 모든 시민이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포용적인 디지털 사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요금감면이 수요자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우처 지급 방식이 대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우처 전환 시 이용자 혜택과 선택권이 강화되고 사업자 측면에서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원범위와 선택권 확대로 취약계층의 디지털 접근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포용 확대를 위해 취약계층 디지털서비스 접근 보장을 위한 '보편바우처'를 올 하반기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취약계층 디지털 교육 강화와 장애인 ICT 보조기기 보급 확대를 통해, 요금납부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와 앱 등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하반기 시범 도입을 위해 사업자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아직 초기라 사전 검토 단계에서 보편제도 틀 내에서 고민하고 있고 시범 사업 이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중장기적으로 내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이동통신사 외에도 부가사업자 등이 공평하게 재원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대형 부가사업자가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 의무를 부여하고 방발기금을 분담토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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