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전환 싫다"… 골칫거리 된 CB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3. 11.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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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 주식 전환땐 손실
풋옵션 행사해 원금회수 나서
6일 코스닥 지수 반등했지만
지난 2년간 장기부진 시달려
현금 부족 기업, 유동성 비상
일부는 전환가액 낮추기도

코스닥의 장기 부진으로 인해 일부 기업이 과거 발행했던 전환사채(CB)가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발행 당시보다 주가가 대폭 하락하며 최저 전환가액을 밑도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식 전환을 포기하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일부 기업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CB 조기상환일이 돌아오는 기업 중 풋옵션 행사 비율이 50% 이상인 곳이 7개사에 달한다. 2차전지 전해액 생산 기업 엔켐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CB 900억원 중 풋옵션 행사 비율은 63.8%(574억원)였다.

같은 달 나노소재 전문기업 나노씨엠에스가 발행한 170억원 중에서는 73.5%(125억원)에 대해 풋옵션이 행사됐다. 게임 기업 네오리진의 CB 37억원 대해서는 전량 풋옵션이 행사됐다. CB는 발행 기업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이다. 주로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다. CB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발행 기업은 약속한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올라 인수자가 전환권을 행사하면 만기 원리금 상환 의무를 지지 않는다. 반대로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발행 기업은 투자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에 나서는 이유는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지수는 2021년 말까지만 해도 1000을 상회했지만 6일 종가 기준 839.45로 떨어졌다. 직전 거래일 대비 코스닥지수가 7.34%(57.4포인트) 올라섰음에도 장기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상 CB 발행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권 행사 비중이 높아지고, 주가가 하락하면 풋옵션 행사가 늘어난다. 2년 전 발행한 CB의 풋옵션 행사 비율이 72.7%(218억원)에 달하는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발행 당시 주가는 2만234원이었지만 6일 주가는 8800원으로 하락한 상태다.

두 번에 걸쳐 전환가액을 낮춰 1만4569원으로 설정했지만 현재 주가가 더 낮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손실을 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 대신 원금 회수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내년 풋옵션 일정이 돌아오는 다른 기업들도 이미 전환가액을 낮추고 있다. 최저 전환가액 한도에도 현재 주가가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IT부품 모듈기업 캠시스는 지난해 10월 발행한 CB 전환가액을 기존 2308원에서 1738원으로 낮췄다. 최저 전환가액 한도는 1616원이지만 6일 캠시스 종가는 1450원으로 그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부품 생산 기업 파인디앤씨는 지난해 10월 발행했던 197억원 규모의 CB 전환가액을 최초 1910원에서 세 차례에 걸쳐 1313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6일 종가는 이보다 더 낮은 1163원에 머물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조기상환일까지 약 1년이 남아 있지만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오르지 않는다면 주식 전환 대신 풋옵션 행사를 선택하는 투자자가 많을 수 있다.

풋옵션 행사가 많아지면 발행 기업이 돌려줘야 할 금액이 늘어나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지난해보다 더 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고금리로 차환에 나서야 한다.

풋옵션 행사 비율이 84%(335억원)인 대유에이텍의 현금성자산은 지난 6월 기준 17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3일 대유위니아그룹은 대유에이텍의 종속회사 스마트홀딩스가 소유한 골프장 대유몽베르컨트리클럽(CC)을 동화그룹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3000억원이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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