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잘 던지더라" 안타까움 컸던 사령탑…류중일 감독 "韓 최고의 좌완 됐으면" 덕담 [MD대구]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너무너무 잘 던지더라"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은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다. 대표팀은 8일 오후 1시 30분, 11일 오후 6시 상무 피닉스와 두 차례 평가전을 진행한 뒤 APBC가 진행되는 일본 도쿄로 향한다.
이번 대표팀은 이전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표팀 소집이 이루어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때까지는 최종 엔트리에 승선한 선수들만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다면, 이번에는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도 소집됐다. 이유는 한국시리즈(KS) 일정으로 인한 LG 트윈스와 KT 위즈에 소속된 선수들이 APBC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훈련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선수들을 교체하기 위함이다.
이날 류중일 감독은 취재진과 첫 인터뷰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먼저 이의리(KIA 타이거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의리는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첫 훈련을 앞두고 '물집'으로 인해 한차례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복귀 첫 등판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⅓이닝 동안 2피안타 3사사구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고, 당시 이의리의 투구를 지켜본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논의 끝에 이의리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를 교체한 배경으로는 손가락 물집 부상에서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나,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7~80구의 많은 공을 던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 이의리와 KIA 입장에서 대표팀 낙마는 그야말로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 첫 등판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의리는 복귀 두 번째 경기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는 등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보란듯이 역투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APBC 대표팀의 경우에도 가장 큰 화두는 이의리의 합류 여부였다. 이미 아시안게임 대표팀 낙마로 인해 한차례 마음고생을 했던 만큼, 많은 팬들은 대표팀 전력강화위원회가 이의리를 뽑을 것이냐는 점을 주목했다. 그 결과 이의리는 일단 1차 명단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최종 명단에도 발탁되면서 6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되는 APBC 공식 훈련에 참가했다.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이의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던 사령탑. 이번에는 먼저 이의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류중일 감독은 6일 "어제(5일) 이의리와 보고 인사를 나눴다. 가장 먼저 손가락부터 봤다"고 웃으며 "당시 물집이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에이스' 축에 들어가는 선수가 한 경기를 잡아줘야 되는데, 당시 손가락 상태로 '7~80개를 던질 수 있을까' 해서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와 상의 끝에 어렵겠다는 판단에서 바꿨다"고 운을 뗐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미안한 감정은 여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안타깝지만, (이)의리는 또 어리지 않나. 다음 아시안게임이 있다. 이로 인해 이의리가 선수로서 더 성숙해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잘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당시 이의리는 한화전에서 조기 강판된 후 NC전에서 7이닝 무실점, KT 위즈를 상대로 5⅓이닝 1실점(1자책),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5⅔이닝 10탈삼진 1실점(1자책), 다시 만난 NC에게 5이닝 2실점(2자책)으로 역투한 바 있다. 매 경기 5~6이닝 정도를 소화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의리를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오판'이었던 것.
류중일 감독도 "그 이후로 너무너무 잘 던지더라"고 혀를 내두르며 "본인은 안타깝겠지만, 다음이 있으니 성장해서 최고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짧은 휴식기를 가졌지만, 이의리의 컨디션은 매우 좋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포수 손성빈(롯데)는 '에이스' 이의리와 문동주의 공을 받고 더그아웃으로 내려온 뒤 "(이)의리랑, (문)동주랑 와…"라며 "스피드도, 컨트롤도 공이 다르다. 피칭을 받으면서 감탄만했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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