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보내놓고 선물 받은 척”…전청조의 기막힌 사기 행위

이로원 2023. 11. 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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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33년 간 검사로 재직하며 사기죄 수사를 전문으로 해온 전직 검사가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전청조(27)씨의 사기 행각에 대해 “나도 깜박 속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진=‘김현정 뉴스쇼’ 영상 캡처)
임 변호사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청조의 진기명기급 사기행위에 대해 “그동안 수사를 해보면 사기꾼들 사기 수법은 평생 한 가지 내지 두 가지인데 전청조는 13가지 수법을 뒤섞여 썼다”며 이같이 밝혔다.

명절에 전청조의 집 현관 앞에 산더미 같이 쌓인 선물 사진도 공개됐다. 인맥을 자랑하기 위해 전씨가 자신의 집에 택배 상자를 보낸 것이다.

그는 “접근하기 어려운 재벌 이야기에 고급 외제 차와 명품백을 선물하는 등 물량 공세를 펼쳤다”며 “처음에는 약간 의심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이 하는 대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미안한 마음 때문에 상대방에게 우호적인 태도가 생긴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물량 공세를 일종의 최면이라고 봤다. 그는 “자기가 재벌 3세라는 걸 과시해서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었다”며 “계속 물량 공세를 한 것도 최면에서 깨어나지 않아야 더 큰 사기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기꾼들이 많이 하는 ‘유명 인사를 안다’는 병풍 치기도 했다”며 “‘남현희와 결혼할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을 신뢰하게끔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전청조가 남현희를 찾아가 ‘펜싱이 거의 프로급 수준인 사람(일론 머스크)하고 조만간 시합하는데 당신한테 배워서 꼭 이기고 싶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임 변호사는 “승부사인 남현희로서는 한참 어린 사람이, 자기처럼 왜소한 사람이 ‘꼭 이기고 싶다’며 승리욕 강한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도와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겼을 것”이라며 “나한테도 ‘당신이 최고야’ 그러면서 한참 어린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돕고 싶은 마음이 막 든다”고 했다.

(사진=뉴시스)
임 변호사는 누구나 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이유 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 변호사는 “많은 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똑똑하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투자 전문가, 판사, 교수도 사기를 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친분 관계를 이용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변호사는 “직장에서 20년 친하게 지내던 선배, 멘토처럼 모시던 분한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사별하고 재혼한 남편 등 가족, 형제간에도 사기를 친다”며 “너무 미안할 정도로 과잉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뭔가 목적의식이 있으니 경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부부간에는 사기를 쳐도 형 면제라 처벌을 못 한다”며 “계획적으로 접근해 혼인 관계를 성립한 뒤 재물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그는 사기를 당한 뒤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기꾼을 처벌할 수 있으려면 철저하게 기록을 남겨둬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임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작년 한 해 사기가 148만2천건 정도인데, 기소되는 게 20%밖에 안된다”며 “사기죄 구성이 사람을 속여서 남의 재산을 가로채는 두 가지인데, 이 속였다는 부분이 대개 구두로 이뤄져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을 주고받았다는 차용증이 있으면 민사에선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겨도 (강제집행 할) 돈이 없으면 배상을 못 받는다”며 “형사처벌이라도 받게 하려면 차용증을 잘 써야 한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두 가지를 묻고 한 가지를 실천하라”며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때 그 돈을 어디다 쓸 건지, 그리고 어떻게 갚을 건지 물어보고 이를 차용증에 적어두라”며 “투자인 경우에는 원금 보장 무조건 해달라고 우기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나중에 속아서 돈을 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또 “돈에 꼬리표를 달라”며 “현금 거래는 (기록이 남지 않아) 매우 위험하니 계좌 이체를 하라”고 말했다.

한편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는 사기 등 혐의로 구속돼 조사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청조 사기 사건 피해자는 총 20명으로 피해액 규모는 2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 향후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원 (blis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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