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지도부 총사퇴···이정미 “포기하지 말아달라”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지도부가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위해 6일 총사퇴했다. 정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선거연합정당에 대해 “포장지만 바꾼 기만” “운동권만 연합하는 최소연합”이라는 반발이 지속되면서 당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현재 진보정치의 어려움은 정의당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고, 정의당 대표인 제게도 그 책임이 있음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며 사의를 표했다. 그는 “우리 사회 수십 년 양당체제의 적대적 대결구도는 전부 아니면 전무가 되어버린다. 넘어서야 한다”면서 “제도 탓만을 하고 있기에는 우리 현실은 너무나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시대사명을 개척하기 위해 신당을 추진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거침없이 나아가도록 뒷받침하자는 당의 요구를 받든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보정치 안에서 누려왔던 정의당의 기득권은 과감히 내려놓고, 이 모든 역할의 밀알이 되겠다”며 “정의당을 포기하지 말아달라. 우뚝 서라고 더 채찍질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이견과 우려를 표하셨던 모든 분께 호소드린다. 이제는 단결하고 실천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전날 전국위원회에서 ‘혁신재창당 관련 선거연합정당 추진의 건’을 가결했다. 연합 대상은 민주노총 등 노동세력, 녹색당 등 진보정당, 지역정당 등 제3의 정치세력이다. 정의당은 플랫폼 역할을 한다.
정의당은 오는 19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구성안을 추인할 계획이다. 배진교 원내대표가 비대위 구성 전까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는다. 배 원내대표는 이날 당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분명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분명하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우리 당은 더 큰 통합과 더 넓은 가능성의 바다로 한 걸음 내디뎠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도부 총사퇴는 내홍을 잠재우지 못했다. 당내 의견그룹 ‘대안신당 당원모임’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거연합정당 추진은 찬반여부를 떠나 아무리 따져봐도 함량 미달의 단기적인 총선 대응 방안일 뿐”이라며 “명분도 실리도 없는 선거연합정당 추진은 결국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선 전환없는 비대위 체제는 포장지만 바꾼 기만”이라면서 “비대위에 그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견그룹 ‘세번째 권력’도 입장문에서 “선거연합정당은 운동권만 연합하는 최소연합”이라며 “정의당 내 정파 간 중간값을 내기 위한 졸속 합의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도부 총사퇴에 대해 “길을 못 찾고 헤매다가 지옥문을 열고서는 무책임하게 발을 뺀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 재편과 신당 추진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연합정당에 함께하는 다른 진보 정당과의 협의도 정의당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녹색당이랑은 심도깊은 이야기도 해왔는데 진보당이나 노동당과는 논의 진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진보당은 오는 7일 당무위에서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견을 전제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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