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산업계 번진 中 기술탈취 포비아
삼성디스플레이 협력회사 '톱텍'의 중국 기술유출 사건이 세간에 드러난 것은 2018년이었다. 그해 수원지방검찰청은 톱텍이 '올레드 패널 3D 흡착공정' 기술을 중국에 유출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임원을 구속기소했다. 쟁점이 됐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곡면 합착기는 삼성 갤럭시 고유의 '에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핵심 후공정 장비다. 장비는 톱텍이 만들었지만 제작 기획, 핵심 설계와 구조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맡거나 두 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2021년 1심 재판부는 톱텍 임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올해 3월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영업기밀 침해와 관련한 증거가 다수 인정됐다. 중국 기업 측과 톱텍 임직원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기술유출을 모의한 정황도 판결문에 언급됐다. 지난 7월 대법원은 톱텍의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이 중국 기업은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삼킨 기업 징둥팡(BOE)이다. 이 사건 재판을 바탕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BOE를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BOE가 협력회사 임직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기술을 탈취했다는 혐의다.
기술이 유출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반도체 복제공장'처럼 인력을 이용해 기술유출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고위 임원들의 중국 출장 시 스마트폰을 지참하지 않도록 권고한 기업도 등장했다. 언제 어떤 이유로 억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주력 산업계 전반으로 '중국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이 더 두려운 이유다. 중국 기업이 확보한 기술이 방대한 중국 시장과 결합했을 때 우리 기업과 산업은 직격탄을 맞곤 했다. 이미 상당수 한국 주력 산업은 중국에 주도권을 내어준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많은 기업인들이 중국의 물량 공세를 버티기 버겁다고 하소연하며 중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중국 시장으로부터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상황에 놓였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이 다행스럽게도 한국 산업에 시간적 여유를 벌어주고 있다. 한국 산업의 미래에 있어 천재일우가 될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최승진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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