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영국도 '부동산 사다리' 불안불안
4%대로 오른 대출금리 영향
인플레로 주거비 부담 한몫
가난 벗어날 '지렛대' 옛말
요즘 영국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의 은행권과 부동산업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이 5%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10월 초 7%로 예상치를 변경했다. 물론 집값은 부동산 투기붐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다른 움직임이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만연하다. 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현재 인플레이션은 1년 전 최고치였던 11.1%에서 하락했다고 하지만 체감치는 전혀 다르다.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영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계산기에 의하면 2년 전에 100파운드였던 소비재와 용역의 비용이 지금은 최소 124파운드에 달한다.
일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넘쳐난다. 특히 EU에 속해 있던 시절 폴란드 이민자들에게 의존했던 리테일이나 요식업의 경우라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절호의 기회다.
일자리 증가는 고용주가 직원들이 원하는 근무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운사이징을 해서 더 작은 공간으로 이전하고 있고 그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물가가 오르고, 상업용 부동산은 비어가고, 임금은 상승하고 있는데 왜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부는 상승하는 모기지 금리를 원인으로 들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 금리는 지난 15년간 1%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면서 금리가 치솟기 시작했다. 싼 금리에 중독되어 수년 동안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아왔던 사람들은 이제 4%가 넘는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공황에 빠지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이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른 일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비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면서 대부분 영국인의 통장이 월말이 되면 텅 비게 되어 집을 위해 별도 지출을 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각종 청구서 및 자동이체를 위해 우리 월급은 통장에 불과 몇 초 정도 머무르는 듯하다. 이제 대부분의 영국인에게는 외식이나 펍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영국에는 부동산 사다리(property ladder)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집 장만이 대부분의 영국인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충분한 돈을 모아 일단 집을 장만한 후 더 큰 집으로 늘려가다 마침내 집을 한 채 더 장만해 임대소득이 발생되는 약속의 땅에 도달하게 될 때까지 조금씩 사다리를 올라가는 것이다.
영국인들의 의식에 깊이 새겨져 있는 부동산 사다리를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현재 부동산의 위기는 아마도 '부동산 사다리'가 위험한 신화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쩌면 모든 영국인이 올라서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이 사다리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석류 주스’ 시켰을 뿐인데…경찰서 끌려간 리스본 관광객,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3년 11월 6일 月(음력 9월 23일) - 매일경제
- “차라리 집에서 해 먹는다”…붕어빵 ‘1마리 1000원’에 간편식 인기 - 매일경제
- ‘이병헌 아파트’ 뉴욕 한복판에 떴다…이달 ‘이곳’서 분양 한다는데 - 매일경제
- 엄마들 줄서고 난리났네…백화점도 모셔온 ‘중국 스타’ 뭐길래 - 매일경제
- “이것 준비 안하면 대학 못가”…수능 9월 모의평가 분석해보니 - 매일경제
- [단독] 삼성의 반격, 5000만화소 이미지센서 2년만에 출시…구글폰에 탑재 - 매일경제
- 폴더블폰 다음은 ‘이것’…삼성도 애플도 내년엔 내놓겠다 ‘속도전’ - 매일경제
- [속보] 빈대의 습격…정부, 전국 단위 현황판 만든다 - 매일경제
- 최하위→2위, PO 2연패 후 3연승 ‘마법의 리버스 스윕’…놀라운 이강철호의 항해, KS에서도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