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중국 2인자의 죽음 그 이후
'허수아비 총리' 오명 속에도
習에 긴장감 준 유일한 인물
정적 사라져 절대권력 구축
커진 習 리스크에 대비해야
1인자와 2인자. 참 묘한 관계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지인가. 아니면 서로 견제하고 의심하는 경쟁자이자 라이벌인가. 대답이 쉽지 않다. 특히 권력의 세계에서는 난이도가 곱절 이상 올라간다. 좀처럼 1인자와 2인자 간 힘의 황금비율을 찾을 수가 없다. 나눠 가질 수 없는 권력의 속성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성공한 2인자보다 비운의 2인자를 찾기가 쉬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1인자를 도와 새로운 역사를 이뤄냈다고 해도 토사구팽을 당하기 일쑤였다.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달 27일 6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 리 전 총리는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2013년부터 올해 3월 퇴임하기 전까지 10년간 총리직을 수행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에 이어 명실상부한 중국의 2인자였다.
그는 조선시대 정도전 같은 개국공신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때 중국 최고권력 자리를 놓고 시진핑과 경쟁을 했다. 하지만 하늘은 끝내 그에게 왕관을 허락하지 않았다. 태자당과 상하이방의 정치적 타협으로 인해 결국 시 주석에게 1인자 자리를 내줬다.
2인자인 총리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시 주석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그에게 실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리 전 총리가 치켜든 개혁개방의 깃발은 어느덧 시야에서 사라졌고 오히려 그에게 '식물 총리' '허수아비 총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통계도 있다. 10년 집권 기간 기준으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국가주석과 총리의 기사 건수 비교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경우 각자의 이름이 들어간 기사 건수 비율이 2대1이었는데 시 주석과 리 총리의 경우 6대1로 격차가 확 벌어졌다. 리커창이 중국 역사상 가장 실권이 없었던 총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 시 주석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중국에서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때마다 리 총리가 시 주석을 대신한다는 의미의 '시샤리상(習下李上)'이란 말이 대중에게 회자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리커창의 사망은 시진핑 절대권력 구축의 마침표다. 시진핑 3기 들어 집단지도체제는 이미 무력화됐고 이제 유일한 정적마저 사라졌다. 중국 언론은 이미 '리커창 지우기'에 나섰다. 안 그래도 중국은 과격하다. 북한을 제외하면 코로나 감염자가 몇 명 발생했다고 도시 전체를 몇 달간 봉쇄하는 게 가능한 나라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중국이 앞으로는 더 과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견제가 사라진 절대권력은 종종 치명적인 오판을 한다. 시 주석은 14억명에 달하는 인민은 물론 세계 질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절정에 달한 시진핑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
[손일선 베이징 특파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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