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방불케한 선박 전복·화재 사고 훈련...헬기에 소화포까지 동원
선원 구조·구급, 화재 진압, 해양 오염 방제 모두 성료
17개 기관은 지난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인근에서 발생한 급유선과 어선 충돌로 15명이 사망한 실제 사건에 기반해 발생 가능한 사고를 설정해 이날 이 같은 내용의 ‘레디(READY·Real event Exercise with Aspiration and Desire for safetY) 코리아 훈련’을 실시했다.
오후 2시 급유선 선장의 신고 접수가 이뤄지면서 훈련은 시작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유관 기관에 사고 상황을 전파하는 동시에 즉시 해경 함정 아홉 척과 헬기 한 대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이후 울산해양경찰서, 해양경찰청,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울산해경, 울산소방, 울산경찰, 울산시청, 울산남구청, 울산항만공사, 울산해양환경공단, 울산대병원 재난응급의료지원팀과 한국해양구조협회 잠수사, 민간 어선 2척이 각자의 맡은 역할에 따라 사고 수습을 위해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 울산시 중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현장 방문 일정을 수행 중이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2시 3분 상황실장에게서 상황을 전파 받고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이동해 대기하고 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까만색 승합차에 탑승해 화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해당 차량은 국가지도망 시스템이 탑재돼 해당 시스템을 쓰는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들을 화상으로 연결해 준다.
2시 26분 울산해양경찰서의 1000톤급 경비 함정인 1009함이 고속단정 2척을 거느리고 빠르게 사고 해역으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인명 수색 구조 작업이 펼쳐졌다.
사고 해역에선 표류중인 익수자들이 구명재킷 안에 있던 선홍색의 신호홍염을 들어 구조를 기다리고, 1009함과 고속단정은 익수자 등을 구조해 부두로 쉴새 없이 이송했다.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구조 대원들은 은박지로 둘러싸인 비상 담요로 익수자들의 몸을 감싼 채 부두에 내려 들것으로 그들을 이송했다.
2시 34분 하늘에는 해경 헬기 S92호가 들어섰다. 프로펠러 바람에 수면엔 희뿌연 구름 같은 파도가 좌우로 퍼져나갔다. 구조 작업을 계속 중이던 고속단정 구조대원이 의식이 미약한 익수자 2명을 발견해 헬기 긴급 이송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구조사가 신호홍염을 터트려 헬기를 유도했고, 헬기가 신호홍염 위치로 접근하자 헬기에서 구조용 밧줄인 호이스트에 매달린 구조사가 수면 위로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항공 구조사가 익수자에 구조벨트를 채워 호이스트 승강기를 통해 헬기로 끌어올렸다.
그무렵 울산해경구조대는 전복 어선 현장에 도착해 뒤집혀 있던 영덕호에 접급했다. 뒤집어진 선체 위에 올라가 있던 선원 2명을 구조하고, 구조대원들은 선체 위에 올라가 선체를 두드리며 타격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선박 에어포켓 내부에서도 타격 신호가 돌아왔다. 추정된 인원은 10명. 울산해경구조대가 노란색 부표를 전복된 선박 양쪽에 묶기 시작했다. 행안부 김용균 재난관리정책국장은 “구조를 위해 선박 침몰을 방지하기 위해 리프트백과 고정 줄을 설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경구조대 잠수사가 수중 수색을 시도했으나 어망으로 인해 진입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선체 위에 올라가 선저를 절단해 고립된 선원을 구조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원형금속절단기로 선박을 절단하기 시작했다.
선저 절단을 끝내고 고립된 선원 10명은 모두 구조됐다.
인명 구조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설 무렵 울산호 화재 진압을 위해 울산해경 소방1호와 화학방제1함, 울산해양환경공단 소속 에코미르호가 추가로 현장에 도착했고 소화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울산호를 둘러싼 배들이 하얗고 굵은 포물선의 물줄기를 울산호를 향해 힘차게 내뿜었다. 6줄로 시작한 물줄기는 9줄로 그 이상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최대 1200톤의 소화포는 150미터 거리까지 분출할 수 있다고 했다.
화재 진화가 마무리되자 1009함 단정의 등선팀 대원들이 울산호에 등선했다. 영덕호와 선체 충돌 시 생긴 파공 부위를 봉쇄해 추가 유류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또 에코미르호는 해양 오염 방제를 위해 사고 해역에 오일 펜스를 설치해 방제작업을 시작했다. 몇몇 대원들은 밧줄에 의지한 채 바닷속으로 들어가 배에 나무의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 자석패드를 배에 붙여 파공을 막는 장면이었다.
실전을 방불케한 이날 훈련은 오후 3시께 모두 마무리됐다. 선원 구조·구급, 화재 진압, 해양 오염 방제 3종류의 훈련이 완벽히 수행됐다.
행안부 김광용 자연재난실장은 “행안부는 실전형 합동 훈련인 레디 코리아 훈련을 매분기마다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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