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린 보이스피싱에 징역 35년 단죄, 이런 게 민생이다 [사설]

2023. 11. 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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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 국내 총책에게 법원이 1심에서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기존 형량(20년)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장기 징역형이다. 부총책도 27년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환대출' 문자를 보낸 뒤 "기존 대출보다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돈을 갈취해왔다. 개인당 평균 1000만~2000만원을 뜯긴 피해자들이 무려 560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 이름을 '민준파'로 짓고 조직원 60여 명을 영팀, 올드팀, 합작팀 등 7개로 세분해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지존파'나 '막가파'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행태다.

이번 범죄에서 드러났듯이 보이스피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약자층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구매대행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확산되고 있는데, 2030세대들이 특히 많은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학력 무관, 자유로운 근무시간으로 미끼를 던져 구매대행 직원으로 채용한 뒤 자금을 갈취하는 신종 범죄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뿐만 아니라 영끌 대출이 많거나 구직활동에 나선 젊은이들도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30세대의 보이스피싱 피해는 지난해 145억원에서 올해 9월 말 302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에는 방송에 출연한 현직 검사의 얼굴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음성을 입힌 딥페이크 수법이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역이용해 소액의 돈을 먼저 입금한 뒤 더 많은 돈을 갈취하는 통장 협박 수법까지 등장했다.

고금리·고물가로 약자층의 생계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서민들을 두 번 울리는 악질 범죄는 엄격한 형벌로 경종을 울려줘야 한다. 민생 대책은 거창한 게 아니다. 서민 등골을 빼먹는 범죄자들을 제대로 잡고 엄격하게 단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민생 대책이다. 그런 점에서 법원의 이번 보이스피싱 역대 최고 형량 선고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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