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핵심광물 공급망 전쟁의 활로는
국내 제조업도 어려움 직면
양국과 맺은 통상협력 지속해
이념아닌 경제 실리 챙겨야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양국의 수출 통제로 이어지면서 미·중의 수출제한 품목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 10월 20일 중국 정부가 2차전지 핵심 원료인 흑연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다. 통제 대상에 오른 흑연은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는 수출할 수 없게 돼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중국이 자원 무기화로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2차전지용 흑연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공장 가동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에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첨단산업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소재 상당수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반면, 첨단산업의 원천기술이나 중간재는 미국과 그 동맹국이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의 제조산업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중국에서 소재를 수입해 만든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는 그동안의 발전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과제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주로 의존해온 핵심 광물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면서도 동시에 현시점에 중국에서의 핵심 광물 수입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에 있다.
다행히 한국은 미·중 간 다툼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통상협약을 다수 체결했다. 물론 전 세계적인 추세인 공급망 위기를 통상협약만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한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동시에 체결한 몇 안 되는 국가라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국가들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RCEP은 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 사이에 체결된 메가 FTA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RCEP은 2022년 1월 발효됐으며, 발효 이후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2차전지 핵심 소재의 수입량이 1년 사이 네온 59배, 수산화리튬 5.8배, 아망간산염(아망가니즈산염) 8.8배 늘어나는 등 즉각적인 효과를 얻었다. 반면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 일본, 인도, 베트남 등 14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경제협력체로 2022년 5월 출범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IPEF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공급망 위기 시 긴급 협력을 하는 내용의 협정이 타결돼 향후 공급망 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한 중국 정부의 흑연 수출 통제 방침에 미국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핵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우리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IPEF를 통한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렇게 향후 IPEF와 RCEP이 서로를 견제하는 경제블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 두 협정에 모두 참여한 국가로서 이득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미국 및 중국과 맺는 협력 관계는 양자택일이 아니라는 기조를 우리 통상정책의 기본 바탕에 둬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보좌관으로 미국 정가에서 대표적인 '바이든 사람'으로 불리는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지난 2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이익은 미국·일본과 긴밀히 연계됐지만 그렇다고 굳이 반중국 정책을 채택할 이유는 없다"면서 "중국은 한국의 적이 아니라 경쟁자일 뿐"이라고 발언했다. 이처럼 국제 관계에서는 이념보다 실리가 중요하다.
[홍정민 국회의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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