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들려주는 생명과 죽음의 이야기, 김예랑 사진전 '멈춰진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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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예랑의 개인전 '멈춰진 춤'이 7일 서울 연남동 화인페이퍼갤러리에서 개막한다.
꽃을 소재로 작업을 이어온 김예랑이 대형 카메라와 4x5인치 필름으로 촬영한 뒤, 19세기 인화 방식인 검프린트로 인화한 작품 21점을 19일까지 선보인다.
스튜디오에서 여러 종류의 꽃을 다양한 화병에 꽃아 촬영한 '멈춰진 춤' 연작 각각의 장면엔 저마다 다른 동작과 표정을 짓는 의인화된 꽃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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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예랑의 개인전 '멈춰진 춤'이 7일 서울 연남동 화인페이퍼갤러리에서 개막한다. 꽃을 소재로 작업을 이어온 김예랑이 대형 카메라와 4x5인치 필름으로 촬영한 뒤, 19세기 인화 방식인 검프린트로 인화한 작품 21점을 19일까지 선보인다.
스튜디오에서 여러 종류의 꽃을 다양한 화병에 꽃아 촬영한 '멈춰진 춤' 연작 각각의 장면엔 저마다 다른 동작과 표정을 짓는 의인화된 꽃들이 등장한다. 한 생명체의 가장 화려한 절정을 상징하는 꽃을 담은 사진이지만, 화사하지만은 않다. 어린 꽃봉오리, 만개한 꽃송이 그리고 시든 꽃잎들이 뒤섞여 갖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치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인생의 단면들을 차례로 감상하는 느낌이다. 꽃을 통해 삶을 표현한 '꽃의 초상'이다.
그래서 김예랑의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 정물화의 전통을 잇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즉 아리따운 자태가 10일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고 마는 꽃은 헛되다는 뜻의 바니타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오브제였다. 작가는 "모든 생명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며 "꽃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는 생명체의 한계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멈춰진 춤'은 생명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 외에도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검프린트 인화 특유의 깊은 색조다. 한 장의 작품을 위해 인화지에 직접 물감을 바르고 노광을 주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는 검프린트 작업을 통해 얻은 차분한 색감은 디지털 사진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색의 무게'를 경험하게 한다. 모처럼 정통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전시다.
신경훈 디지털자산센터장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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