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다투고 화해하고···학생들이 꾸민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
6일 서울 관악구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 강당에서 ‘학교 폭력 예방 뮤지컬’ <다시 만난 세계>가 무대에 올랐다. 학생들이 직접 학교폭력을 둘러싼 인물이 돼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가해자의 성찰 과정을 체험했다.
주인공 ‘세계’가 같은 반 친구 ‘평화’의 흉을 보는 장면으로 뮤지컬은 시작한다. 세계는 다른 친구에게 “김평화만 아녔어도 3대 0으로 이길 수 있었는데. 축구를 못 하면 끼질 말던가”라고 말한다. 앞서 벌어진 축구 시합에서 세계는 같은 팀인 평화를 발로 찼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 교실에서도 평화를 계속 괴롭힌다. 둘은 결국 학교폭력 상담을 받는다.
2학년 이태준군(17)은 세계와 같이 평화를 괴롭히는 가해 학생을, 안유현양(17)은 학교폭력을 막는 방어자 역할을 맡았다. 자기 탓이 아니라며 평화를 계속 밀고 넘어뜨리는 세계에게 안양은 “멈춰! 지금 네가 한 행동은 학교폭력이야. 당장 멈추지 않으면 선생님께 사실을 알리겠어”라고 외쳤다.
뮤지컬 속 인물이 돼 본 안양은 “나중에 학교폭력을 목격한다면 방어자 역할처럼 ‘멈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군은 “(학교폭력이) 이렇게 쉽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막상 (가해학생이) 돼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 더 생각하고 말하면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평화는 자신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의 없이 올라가 악성 댓글이 달리는 일도 겪었다. 극 중 교사가 관중석을 향해 “방금은 어떤 학교폭력이 있었을까”라고 묻자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힘차게 손을 들었다. “사이버 폭력”이라는 대답에 교사는 어떤 처벌이 내려지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세계와 평화는 교사, 학부모와 함께 학교폭력 상담을 하던 중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각자 아픔이 있던 둘은 함께 대화를 나누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공감대를 찾아 관계를 회복한다. 뮤지컬은 “나는 학교폭력을 행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서로를 배려하고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선서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뮤지컬을 관람한 손모아양(17)은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화로 관계를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준빈군(17)도 “내 딴에는 장난이어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면 학교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공연 중간중간 같이 참여하면서 구경만 할 때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황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2월까지 학교로 찾아가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뮤지컬 공연’을 이어간다. 뮤지컬은 사전에 공연을 신청한 400여개 학교 중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적이 우수한 44개교에서 진행된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성격이 다른 전학생과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담은 <E와 I사이>가 공연된다. MBTI를 소재로 한 뮤지컬로, 학생들은 동물가면을 쓰고 공연에 직접 참여해 학교폭력 가·피해학생의 심정을 느껴보는 활동을 한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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