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vs 이강철, 사상 첫 KS 고교동문 사령탑 맞대결
2023년 가을야구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는 KBO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서 처음으로 고교동문 사령탑의 지략 대결이 펼쳐진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와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든 KT 위즈는 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가을야구 최고의 자리를 놓고 처음 맞붙는다.
41년 KBO리그 사상 첫 한국시리즈 동문 대결이다.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감독은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한 야구 명문 광주제일고 선후배다. 이강철 감독이 2년 선배로 40년 동안 인연을 쌓아왔다.
프로 선수로는 이강철 감독이 더 빛났다. 10년 연속 10승 투수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해태 타이거즈 간판 투수로 활약한 이 감독은 뛰어난 스타 플레이어였다. 1996년에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태평양에 입단했으나 선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지도자로서는 염경엽 감독이 더 먼저 자리를 잡았다. 염 감독이 2013년부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자 이강철 감독이 2016년까지 4년간 수석코치로 염 감독을 보좌했다.
6일 대망의 한국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한 두 감독은 고교 동문으로서 최고의 무대에서 만난 소회를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사적에서는 강철이 형인데”라며 운을 뗀 뒤 “한국시리즈에서 이강철 감독님과 만나게 돼 기분이 좋다. 좋은 경기를 펼쳐 팬들에게 재밌는 한국시리즈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게 가장 껄끄럽다”면서도 “야구를 잘했던 스타 출신이면서도 야구를 배우려는 마음이 굉장히크신 분”이라고 이 감독을 치켜세웠다.
플레이오프에서 NC에 2패를 당한 뒤 내리 3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이강철 감독 역시 “한국시리즈에 올라오고 싶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꼭 염경엽 감독과 함께 최고의 무대에서 경기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또 이 감독은 “히어로즈에서 4년간 수석 코치를 할 때 염 감독에게 많이 배웠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온 건 그 4년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덕담하면서 “제발 음식도 잘 챙겨드시면 좋겠다”고 후배의 건강도 챙겼다.
한국시리즈가 몇 차전까지 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두 팀 모두 장기전을 예상했다. LG의 염경엽 감독과 주장 오지환, 투수 임찬규는 6차전을, KT의 이강철 감독과 투수 박영현,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는 7차전을 전망했다.
염 감독은 “KT는 2년 전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고 탄탄한 전력과 함께 선발 야구로 여기까지 올라온 팀이라 쉽지 않은 상대”라며 “우리의 경험은 부족하나 이번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우승의 열망과 간절함을 선수들 모습에서 강력하게 느꼈다. 좋은 결과물로 마지막에 팬과 함께 웃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아울러 “KT는 선발진이 탄탄하며 타선도 좋다.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우리가 10승 6패로 우위에 있지만, 늘 까다로웠고 운이 따라 이긴 경기가 많았기에 6차전에서 끝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LG는 투타가 가장 조화로운 팀으로 경계할 게 너무 많다. 대비를 잘해 수원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시리즈에서 구단, 선수, 팬과 함께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야구를 늘 마라톤으로 생각한다. 42.195km 마지막 구간을 7차전으로 생각해 이번 시리즈도 끝까지 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두 감독은 7일 시작되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로는 각각 케이시 켈리(LG)와 고영표(KT)를 예고했다. 켈리는 2019년부터 LG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에이스로 올 시즌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KT전에서는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다소 고전했으나, 구위를 회복한 이후인 9월 27일 맞대결에서 7이닝 5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고영표는 올해 정규시즌 28경기에서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을 거두며 빼어난 성적을 냈지만, 이번 시즌 LG전에서는 4경기에서 승리 없이 패배만 두 차례 당했고 평균자책점도 7.36로 치솟을 정도로 부진했다. 그러나 지난 2일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해 KT의 리버스 스윕의 발판을 놓은 만큼 한국시리즈 호투도 기대된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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