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AI 바람 타고 … 데이터센터 구름처럼 몰려온다

강봉진 기자(bong@mk.co.kr) 2023. 11. 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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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업 달려들어…유망 투자처로 뜨는 한국

국내 데이터센터가 클라우드에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높은 관심에 경쟁 무대가 되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나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건물·시설을 뜻하는 데이터센터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 기반시설로 꼽힌다.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업체, 네이버클라우드·KT클라우드·NHN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업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포함한 국내 대다수 주요 ICT 업체가 앞다퉈 데이터센터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말 경기도 안양시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인 '평촌2센터'를 준공했다. 지하 3층~지상 9층, 전체 면적 4만450㎡ 규모로 20만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다. 2015년에 이어 LG유플러스가 구축한 두 번째 초대형 데이터센터다.

카카오는 지난 9월 말 경기 안산시에 있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준공했다. 서버용 컴퓨터 12만대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 1분기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2021년 첫 삽을 뜬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카카오가 처음으로 자체 구축한 데이터센터다.

네이버는 초대형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 가동 시점을 이달로 예정하고 막바지 준비 중이다.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로 첫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4만6850㎡·10만유닛 서버수용)보다 규모가 6배 큰 29만3697㎡ 대지에 세워져 60만유닛 이상 서버를 수용할 예정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기업 자체 데이터센터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도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32%·2023년 1분기 기준·시너지리서치그룹)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을 포함해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에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7조8500억원(약 58억8000만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시장 전 세계 2위 사업자(23%)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0년 부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열었다.

국내외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확보에 공들이는 것은 데이터 생성량이 확대되고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한 데다 AI, 암호화, 클라우드 게임 등과 같은 데이터 수요 기술이 중요해지며 기업들의 데이터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머신러닝 등을 위해 거대 용량의 학습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이면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10만대 이상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등장하는 등 대형화되는 추세로 볼 수 있다.

AI가 데이터센터 신성장동력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과 함께 커온 데이터센터의 성장세는 생성형 AI가 가세하며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2022년 4460억달러에서 매년 평균 17%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1조61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초거대 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클라우드 사업자(CSP)들이 속속 등장하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IaaS(서비스형 인프라)·PaaS(서비스형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나오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에 대한 높은 관심도 데이터센터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챗GPT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연관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막대한 훈련 데이터를 사용해야 한다.

시장조사 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부터 연평균 32% 증가해 2031년 1265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수년째 공실이었던 미국 데이터센터가 AI 사용자로 채워졌고, 2021년까지 하락하던 데이터센터 임대료도 지난해 상승으로 돌아섰다.

2026년까지 국내 22개 신규 설립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성장 흐름과 유사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관련 134개 사업자(운영사·솔루션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신규 구축 예정(준공 기준)인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는 22개로 집계됐다. 올해 3개, 2024년 13개, 2025년 4개, 2026년 2개 등이다. 상업용(Co-Location·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는 여러 회사 서버를 한곳에 모아 데이터센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에 목적을 둔 곳을 말한다.

2026년까지 신설될 22개 데이터센터 중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혹은 시중은행 같은 금융권에서 인터넷뱅킹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한 비상업용(Enterprise·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는 6개다.

지난달 중순 AWS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힐 당시 김영훈 AWS코리아 정책협력실장은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망이 잘 갖춰져 있지만 컴퓨팅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성장 여지가 매우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경우 클라우드 수요만 소화하기에도 벅찬 상황으로 AI발 수요까지 더해지면 공급 부족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데이터센터의 전망은 밝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는 총 187개(공공 94개·민간 93개)로 2021년보다 25개 늘었다. 민간 데이터센터의 2021년 매출액은 3조280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5% 증가했다. 최근 4년간(2019~2022년) 민간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연간 10%씩 성장했다.

전력·공조·관리 설비도 중요

데이터센터의 시작은 회사 사무실에 함께 위치한 전산실이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경우 1960~1970년대 국내 IT 산업이 생겨나면서 국립연구소와 삼성그룹 종합전산실(1976년) 등 일부 소수 기업에서만 전산실 형태로 구축됐다. 1980년대 정보화 바람이 불면서 보다 많은 기업이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며 컴퓨팅과 네트워크가 집적하고 연결한 형태로 진화했다. 규모가 작은 신생 기업은 비용상 문제로 독자적으로 전산실을 운영할 수 없게 됐고, 벤처기업 수가 크게 늘자 현재와 같은 데이터센터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정보자원의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되면서 스마트 디바이스와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망(ADSL) 등의 장비를 활용한 데이터센터가 등장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데이터센터 정보자원을 가상화하고 유동화해 컴퓨팅 자원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대용량 데이터센터로 진화했다. 클라우드 컴퓨팅부터 5G 등을 위한 장비와 신기술이 접목되며 규모가 커졌고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까지 등장했다.

기업들의 사무실에 함께 위치하며 기업들의 정보 저장을 위한 서버나 네트워크 회선을 관리하도록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던 데이터센터가 IT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별도의 독립된 장소로, 하나의 산업이자 서비스로 발전한 셈이다. 국내에서 법적으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가장 최근의 정의(지능정보화기본법·2020년 6월 개정)는 지능정보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다수의 초연결 지능정보통신 기반을 일정한 공간에 집적시켜 통합 운영·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데이터센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반시설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관련 설비 역할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내부는 핵심 역할을 하는 서버 전산실 외에 전력과 공조 설비 등 지원 설비가 있다. 전력설비는 서버에 전기 공급을 위해, 공조설비는 서버의 작동 온도가 섭씨 27도 이내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냉기의 공급과 적절한 습도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화재 방지를 위한 방재센터, 데이터센터의 주요 자원을 통합 관제하는 중앙감시실 등도 필요 시설이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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