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치킨 왕좌’ 올린 쌍끌이 대표 동시 파면... ‘구설수·가맹점주 불만에 발목’

이민아 기자 2023. 11. 6. 16: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사회, 박현종 GGS 대표·임금옥 bhc 대표 동시 해임
신임 GGS 대표에 차영수 MBK파트너스 운영 파트너
bhc, 원가 폭리 논란·공정위 조사·가맹점주 시위로 브랜드 가치 하락
이사회 “지속성장 추구 위해 해임 결정”
박현종 대표, BBQ 전산망 접속 혐의로 징역 6월, 집유 2년 선고
“이사회, 개인 소송 문제로 회사에 부정적 인식...탐탁치 않아해”

‘치킨업계 1위’ bhc그룹을 이끌던 박현종 글로벌고메이서비스(GGS) 대표와 임금옥 bhc 대표가 6일 동시에 해임됐다.

박 대표와 임 대표는 BBQ와 교촌에프앤비에 밀린 후발주자였던 bhc를 매출 기준 국내 1위 프랜차이즈로 만든 입지전적 인물이다. 두 사람으로선 본인들이 키운 브랜드로부터 파면 통보를 받은 셈이다.

bhc를 운영하는 GGS는 6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박현종 대표를 제외한 출석 이사 만장일치로 bhc 지주사 GGS 박현종 대표 해임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GGS는 bhc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사다. MBK파트너스와 다른 투자사가 4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사내이사 자리는 유지한다.

박현종 bhc 회장./연합뉴스

◇GGS, 박현종 bhc 회장 7년 보좌한 임금옥 bhc 대표도 해임

이사회는 임금옥 bhc 대표를 해임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MBK파트너스의 운영 파트너(Operating Partner)인 차영수 사내이사가 박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 신임 대표로 뽑혔다. 이훈종 사내이사는 임 대표 대신 bhc 신임 대표가 됐다.

bhc는 2013년 BBQ로부터 독립한 치킨 전문 브랜드다. 2013년 7월 BBQ가 시티은행 계열 사모펀드 더 로하튼 그룹(TRG)에 매각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BBQ에서 일했다. BBQ가 bhc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쪽으로 옮겨 bhc 전문경영인으로 합류했다.

이후 현재까지 10년 동안 bhc는 주인이 수차례 바뀌었다. 첫 주인 로하튼그룹은 대표적 해외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몰타(Malta)에 FSG라는 회사를 두고 bhc를 경영했다. 몰타는 금융거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분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5년여가 지난 2018년 11월 bhc는 로하틴그룹을 떠나 ‘박현종 컨소시엄펀드’로 다시 팔렸다. 이 펀드는 박 대표와 엘리베이션 에쿼티파트너스 펀드, MBK파트너스가 함께 출자해 만들었다.

2018년 매각 당시 bhc 기업가치는 68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뒤인 2020년 12월에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SSF(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통해 bhc 그룹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bhc에 정통한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박 대표가 BBQ로부터 bhc 브랜드를 가지고 나와 직접 창업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박 대표는 bhc를 산 사모펀드가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한 인물”이라며 “초기 단계에 지분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bhc가 다른 사모펀드 손에 여기저기 팔리는 과정에서 이 지분도 희석돼 현재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배구조가 여러차례 바뀌면서 박 대표가 차지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의미다. 현재 박 대표는 GGS 지분 약 8%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0% 이상은 콜로넬(Colonel SS L.P.)과 MBK파트너스를 포함한 기관투자자 몫으로 파악된다.

박 대표와 임 대표가 bhc를 이끄는 동안 bhc는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매년 거듭했다. 2013년 700개였던 매장은 2018년 1400개, 지난해 2000개로 늘어났다. 2017년 임 대표가 취임한 해 bhc는 연 매출 2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5075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그야말로 치킨게임을 벌이는 국내 치킨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임금옥 bhc치킨 대표이사. /bhc 제공

◇bhc 이익률 28% ‘가맹점 마찰, 브랜드 가치 하락’...교촌 0.58%·BBQ 15%

하지만 빛나는 1위 왕좌 뒤에는 수없이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 bhc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닭과 기름 같은 원부자재를 싸게 구입한 뒤 가맹점에 마진을 과도하게 붙여 비싸게 판다고 거듭 비판했다.

지난해 기성품으로 파는 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프랜차이즈 본사가 고가에 매입하라고 강제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bhc를 신고했다. 공정위 역시 이 의혹을 두고 현장 조사를 벌였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실제 지난해 bhc 영업이익률은 약 28%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은 총매출액에서 순수 이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경쟁사 BBQ는 영업이익률이 15.31%, 교촌은 0.58%였다.

박 대표는 2013년 처음 bhc 수장을 맡으면서 “독자경영 이후 bhc의 최고 가치는 가맹점과의 상생”이라며 “신바람 광장 등 다양한 제도로 가맹점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다짐은 원가 폭리 논란, 공정위 조사, 가맹점주 시위가 겹치며 빛이 바랬다.

bhc 고위 관계자는 “BBQ나 교촌은 창업주가 곧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박 대표는 전문경영인이었다가 2018년에 MBO(Management Buyout·경영자인수)를 하면서 지주로 참여한 사례”라며 “이 때 이후로 지금까지 앞뒤로 가맹사업에 많은 압박을 받으면서 브랜드 가치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박 대표를 7년 가까이 보좌했던 임 대표도 동시에 교체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GGS 이사회 관계자 역시 “악화하는 외부 경영 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기 위해 해임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bhc 매장 사진./bhc 제공

◇박 대표 개인적 소송 문제도 발목...BBQ 전산망 접속 혐의로 징역 6월, 집유 2년 선고

현재 bhc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이사회에서는 박 대표의 개인적인 소송 문제로 회사 이름이 안팎에 오르내리는 모습도 탐탁치 않아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박 대표는 2015년 7월 BBQ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비밀을 침해한 혐의로 지난해 6월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어 올해 1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과 주주들이 제기한 71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는 ‘BBQ에 27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배상 명령을 받았다.

bhc는 현재 해외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최소 1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미국 직영점도 2호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bhc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사업팀은 그동안 박 대표 직속 조직으로 운영했다. 박 대표는 BBQ에서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을 맡아 해외 진출 국가 선정부터 매장 운영, 현지화 작업 같은 해외사업 전반에 관여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경영자 윤리와 도덕성이 중요한 국가에서 해외진출 수장 격에 해당하는 박 대표가 유명한 소송에 관여한 사실, 최근 항소심에서 수십억원대 배상 판결을 받은 점 등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면 브랜드 관리를 해야 하는데, 대표가 계속 소송에 휘말리다 보니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기준이나 사세 외부 확장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빠르게 진화하면서 과거 성공 경험이 미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데, 박 대표는 혁신적인 경영 시도보다 영업이익을 더 많이 챙기는 데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