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이 형, 나를 너무 잘 알아”···외나무다리에서 만난 40년지기, 염갈량과 강철매직의 사상 첫 빅매치[KS]
이강철 KT 감독(57)과 염경엽 LG 감독(55)은 39년 전 처음 만났다. 이강철 감독은 3학년, 염경엽 감독이 1학년으로 광주일고 야구부에서 마주했다. 선·후배로 맺은 40년 인연이 2023년 한국시리즈 맞대결로 정점을 찍는다.
염경엽 감독은 1차전을 하루 앞둔 6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사석에서는 ‘강철이 형’이라고 부른다. 나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껄끄러운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기쁘고 좋은 승부로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강철 감독보다 고교 2년 후배지만 2013년 넥센에서 사령탑 데뷔를 먼저 했다. 그리고 감독이 가장 믿는 동반자, 수석코치로 당시 이강철 감독을 영입했었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은퇴 이후 KIA에서만 투수들을 지도했던 이강철 감독이 처음으로 KIA를 떠난 계기가 염경엽 감독이었다. 2014년, 넥센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함께 했다.
4년을 함께 했던 이강철 감독이 두산으로 이동하고 2019년 KT 사령탑이 되면서 돌고 돌아 두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났다.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나가면서 감독으로서 첫 우승, 무엇보다 LG의 29년 묵은 우승 한을 반드시 풀어야 하는 염경엽 감독이 꺾어야 할 상대가 ‘절친’ 이강철 감독이다. 이강철 감독은 사령탑 데뷔는 늦었지만 3년차였던 2021년 KT를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챔피언 반지를 이미 끼었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올라오고픈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꼭 염경엽 감독과 최고 무대에서 같이 경기하고픈 마음이 컸다.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하고나니 ‘오늘 이후 (LG를 만나게 돼) 이슈가 참 많겠구나’ 생각했다. 꼭 올라오고 싶었는데 염 감독과 좋은 승부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7일부터 시작될 LG와 KT의 한국시리즈 백미는 단연 양 팀 사령탑의 지략 대결이다. 서로 분야는 완전히 다르다. 수많은 질타 속에서도 묵묵히 밀어붙여 LG를 도루 1위로, 그리고 끝내 29년 만에 정규시즌 1위로 이끈 염경엽 감독과 마운드 운용의 대가인 이강철 감독의 창과 방패 대결이 어느때보다 치열한 벤치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염경엽 감독과 임찬규, 오지환(이상 LG)은 6차전을, 이강철 감독과 박경수, 박영현(이상 KT)은 7차전 승부를 예상했다. 쉽게 끝나지는 않으리라 예상하는 대혈투를 앞두고, 일단 40년지기 선·후배는 덕담으로 출발했다.
염경엽 감독은 ‘강철이 형’을 향해 “이제 KBO리그 명장으로 자리잡아가고 계시지만, 스타 출신인데도 누구보다 공부하고 야구를 배우려는 마음이 큰 분이다. 그런 과정들을 거쳐 이 자리까지 올라오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 야구 감독들의 리더로서 쭉 우리를 이끌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도 “고교 졸업후 2012년 겨울에 (한 팀에서) 다시 만났는데, 수석코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깐깐하구나, 이래서 감독이 됐구나, 정말 많이 보고 많이 배웠다. 그 4년이 지금 내게 엄청난 자양분이 되었다. 지금도 야구 끝나면 또 야구만 돌려보고 그러시는데, 식사도 좀 잘 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접전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두 사령탑은 마주보며 웃었다.
잠실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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