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슬프더라도, 우리를 구원하는 건 ‘빅슬립’[MK현장]
6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빅슬립’ 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김태훈 감독과 배우 김영성 최준우 이랑서 김한울이 참석했다.
‘빅슬립’은 우연한 계기로 함께 머물게 된 기영(김영성 분)과 길호(최준우 분)가 서로를 구원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태훈 감독이 10대 청소년을 위한 예술 강사로 일하던 당시의 경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김영성),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 오로라미디어상을 수상, 3관왕에 등극했다.
김태훈 감독은 “작업하는 매 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 영화 제작을 시작할 때 코로나가 터졌고 힘든 과정에서 제작비도 많지 않았다. 힘든 과정을 거쳤고 후반 작업 과정도 길게 보냈다. 왠지 고립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오래 보냈어야 했고 그랬기에 부국제 수상과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이 자기만의 방에서 탈출할 느낌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만든 계기에 대해서는 “학교 밖 청소년을 현장에서 10년동안 가르쳤다. 장편 영화 찍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당시 매 수업 시간에 교실 뒷좌석에서 잠만 자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불러내서 왜 잠만 자냐고 내 수업이 재미없냐고 했더니, 술 취한 아버지가 무서워서 밤길을 헤매다가 잠을 못 잤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친구를 못 깨우겠더라. 그 친구가 그 시간만이라도 깊고 따뜻한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오래 마음에 남아서, 영화를 빌어서 그 친구에게 따듯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또 김태훈 감독은 “영화 완성의 반은 캐스팅이다. 배우들을 찾기 위해 진심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대부분 배우를 캐스팅했다. 거의 3천 명 가까이 되는 배우들이 지원해줬다. 그렇게 뽑게 된 분들이 지금 배우들이다. 캐스팅할 때마다 희열에 차고 기뻤는지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다. 그 이후부터 배우들과 이 캐릭터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리허설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배우들을 칭찬했다.
최준우는 “흔한 양아치 캐릭터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까 고민했다.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줬고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길호에 대해 알게 되고 대사를 읽을 때마다 길호라는 캐릭터가 저였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속마음을 인식하면서 만들어 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랑서는 “시나리오 처음 읽었을 때 감상이 기억에 남는다. 되게 궁금했다. 이야기 속에 진짜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생각하고 계속 여쭤보고 물어봤다. 다른 어떤 인물을 보게 되면 어떤 인물인가 하기 쉬운데, 어떤 건지 궁금하고 알고 싶어지더라. 감독님이 인물 한 명한 명을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 있을 것 같은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는 말을 듣고, 되게 이해가 됐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김한울은 “시나리오 읽었을 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도 처음이었고, 원래 혼자서 연습했는데 촬영 한다는 생각에 너무 설렜다. 영범을 할 때 영범에 쓰인 대사를 보고 제 말투로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영범이 가출했던 친구라 주변에 가출했던 친구들에게 오천 원씩 주고 인터뷰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감독은 결말에 대해서 “이 영화가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 결말이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찌만 해결된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이 영화를 통해서 서로가 친구가 되는 과정이 될 거다. 그렇다면 이 외로운 사람들이 세상이 변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들 덕에 살아갈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들에게 우리 모두는 잠이 필요하다. 그 잠만큼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결말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제목 ‘빅슬립’에 대해서는 “이 단어 자체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제목이다. 제가 왜 빅슬립이라고 생각했냐면, 단어 자체가 그 소설 때문에 죽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순성이 영화를 확장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사람들의 깊은 잠이, 사회가 영화 속 현실이 죽음으로 몰고 있지 않나 의미도 내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제목을 지었다”고 말했다.
김영성은 “김태훈 감독의 집요하고 따뜻하게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를 굉장히 많이 배웠다”며 응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최준우 역시 “저는 성인이 아니고,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고 지금은 고등학생이다. 감독님과 촬영하면서 있었던 일부터 시나리오까지 정말 고마운 감독님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이랑서는 “N차 관람을 하면서 볼 때마다 새롭게 와닿았다. 발견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인물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고나면서 자기만의 ‘빅슬립’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빅슬립’은 22일 개봉한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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